[칸영화제]'춘향뎐' 상영 끝나자 10분간 기립박수

  • 입력 2000년 5월 18일 19시 50분


우리 영화로는 최초로 칸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17일 밤 10시(현지시간)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됐다.

임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 태흥영화사 이태원사장, 영화제 주최 측의 요청으로 공식 의상인 검은 색 턱시도우와 드레스 대신 한복을 입은 조승우(이몽룡 역)와 이효정(춘향 역)이 나란히 붉은 카펫이 깔린 뤼미에르 극장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서 한국 영화의 칸상륙을 알렸다.

‘춘향뎐’은 2시간여 동안 시종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상영됐으며 영화가 끝난 뒤 10분 가깝게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또 이몽령이 겹겹이 입은 춘향의 옷을 벗기는 대목 등에서는 3, 4차례 관객의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임감독은 “판소리와 영상을 겹합시킨 ‘춘향뎐’의 미학을 세계 영화계에서 이해한 것으로 여겨져 감격스럽다”면서 “‘춘향뎐’이 우리 영화가 세계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영화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 카페에서 기념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춘향뎐’은 전날 열린 기자 시사회와 공식 기자회견 등에서 비교적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로버트 말렌드로 브뤼셀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춘향뎐’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11월 열리는 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이먼 필드 로테르담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춘향뎐’ ‘해피엔드’ 등 한국 작품의 작품성이 그 어느 때보다 뛰어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낮 1시경 4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판소리와 영상을 어떻게 결합시켰느냐는 질문이 많이 나왔다. 영국 BBC의 한 기자는 부패 관리를 응징하는 대목이 한국의 정치상황과 관련이 있느냐고 묻는 등 진지한 분위기였다.

한편 영화 ‘쉬리’의 강제규 감독은 할리우드를 움직이는 ‘윌리엄 모리스’ ‘유나이티드 탤런트 에이전시’ 등 미국의 대형 에이전시들로부터 할리우드 진출을 제의받았으며, 강감독은 귀국 후 이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칸〓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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