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커 윤도현 "한국 록의 혈통 잇는다"

  • 입력 1999년 12월 22일 19시 00분


로커 윤도현이 한국 록의 적자(適子)임을 선언하고 나섰다. 90년대의 대표적인 록그룹 ‘윤도현 밴드’의 보컬인 그가 록의 역사에 족적을 남긴 선배들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새음반 ‘한국 록 다시 부르기’를 최근 냈다.

90년대 들어 주류에서 밀려나고 있지만 과거 록 선배들의 철학과 음악성이 얼마나 풍요로웠는지를 그의 새음반은 보여주고 있다. 윤도현은 “그 풍부한 록 자원을 이어받아 록의 빈곤을 추방하고 싶다”고 말한다.

수록곡은 신중현의 명곡인 ‘바람’, 그룹 ‘활주로’의 ‘탈춤’, 김민기의 ‘철망앞에서’,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러시아의 한국계 가수 빅토르 최의 ‘혈액형’ 등 11곡.

윤도현은 선배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신중현) 록의 역사 그 자체다” “(빅토르 최) 정신적으로 존경하는 로커” “(송창식) 당대를 앞서간 음악인” “(김민기)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의 모태”.

윤도현은 단순히 선배들의 노래를 재생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록 문법’으로 되살렸다. ‘혈액형’은 빅토르 최의 노래를 번안한 것으로 윤도현의 비장한 보컬과 절제된 연주가 특징이고, ‘탈춤’은 테크노 리듬으로 재해석돼 음악 세계의 다채로움을 보여준다. ‘철망앞에서’는 김경호 김장훈 박완규 임현정 등 록가수들이 함께 합창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윤도현의 새음반은 새로운 해석 덕분에 옛 로커를 모르는 신세대 팬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홍승아(경북 구미 금오여고 3년)양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노래를 요즘식으로 리메이크해 낯설지 않다”고 말한다.

이번 음반의 머릿곡은 록발라드 ‘너를 보내고’.윤도현의 첫 음반(95년)에 수록됐던 노래를 리메이크했다.윤도현은 “첫출발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나 자신의 다짐”이라고 말한다.

〈허 엽기자〉h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