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인아웃]KBS SBS 가요결산 프로 "H.O.T. 안보이네"

  • 입력 1999년 12월 12일 19시 47분


매년 말 방송되는 방송3사의 가요대상은 그 해 가요프로그램을 총결산하는 무대. 하지만 올해 MBC를 제외한 KBS와 SBS의 가요대상은 주역 중 하나가 빠질 공산이 커졌다. 그룹 ‘H.O.T.’ 때문.

우선 KBS. 지난주 KBS는 가요대상 최종참가자 20명을 선정, 발표하면서 ‘H.O.T.’를 제외했다.

사정은 이렇다. 9월 4집 ‘아이야’를 내면서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한 ‘H.O.T.’를 복장제한규정 때문에 한 번도 무대에 올리지 못한 KBS PD들은 11월부터 “그래도 가요대상인데…”라며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선 PD들의 설득은 실패. 차창급, 부장급 PD들도 잇따라 실패. 결국 KBS2 오락프로그램의 기획자인 주간(국장급)책임프로듀서 K씨가 나섰다.

K주간은 이들의 소속사(SM엔터테인먼트) 사장인 이수만씨와 접촉했다. “이번에는 염색 풀어야죠.”(K씨) “애들을 설득해봐야죠.”(이씨). 결국 K주간은 11월말 이씨와 함께 ‘애들’을 만났다. ‘대화창구’는 리더 문희준이었다.

“희준아, 그래도 가요대상아니냐.”

“…예, 나가야죠.”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우리식대로 하자. 같은 소속인 ‘S.E.S.’도 염색 풀겠다더라. 탤런트 류시원처럼 엷은 갈색까지는 허용할께. 작년에는 머리에 두건쓰고도 잘 했잖아.”

“두건 패션은 한물갔죠. 그리고 주간님 생각해보세요. 만일 우리가 염색 풀면 팬들이 ‘H.O.T.’가 방송사에 ‘굴복’했다고 할 것 아닙니까. 저희 입장도 생각해주세요.”

결국 이들의 ‘협상’은 공회전 끝에 ‘결렬’됐다. K주간은 다음날 가요대상 담당팀 제작진에 이를 알리고 21위에 올라있던 가수를 20위로 올려 수상자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후 KBS에서는 “올해 조성모가 앨범판매량에서 ‘H.O.T.’를 50여만장 차이로 따돌리면서 강력한 가요대상 후보로 떠오르자 SM측이 ‘전략상 후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올 후반기 ‘H.O.T.’ 복귀무대의 선수를 MBC에 빼앗겨 같은 소속의 ‘S.E.S.’까지 출연시키지 않고 있는 SBS는 일단 ‘밀레니엄 가요대상’이라는 점을 내세워 이들을 설득할 계획. 하지만 방송가에서는 SM측이 최근 자체적으로 ‘로그인 H.O.T.’를 파일럿(정규방송 전 시험프로)으로 기획해 SBS ‘인기가요20’(일 오후5·10)과 맞편성시킨 것을 들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SBS 배철호 부장PD는 “일단 SM측에 제의를 하고 반응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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