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전성시대]고정팬 잡고…제작비 싸고…

  • 입력 1999년 10월 10일 19시 39분


방송3사가 18일부터 실시하는 가을철 프로개편에서 일일 시트콤이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밤 9시는 뉴스 시간대’라는 방송가의 속설을 깨뜨리겠다며 공격적으로 편성된 SBS의 ‘순풍 산부인과’. 이 프로는 이미 20%를 웃도는 시청률로 KBS1과 MBC의 9시 뉴스를 위협해 왔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 개편부터는 10분 앞당겨 평일 9시15분에 배치해 매일 40분간 방영한다.

그런가 하면 SBS ‘행진’(평일 오후6·45)과 MBC ‘점프’(평일 오후7·05)는 출연진을 교체하는 ‘수술’을 하면서 시청률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행진’은 MBC의 인기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의 주인공이었던 이제니를 수혈했다. 이제니는 극 중에서 미국 대학에서 치어리더로 활약했던 만능 스포츠우먼으로 등장한다.

10%대의 부진한 시청률로 고민에 빠졌던 MBC도 시트콤 카드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점프’에서 터줏대감격인 최불암을 빼고 개그우먼 이경실과 ‘왕초’의 ‘맨발’ 역으로 인기를 모았던 윤태영을 투입해 뒤집기에 나섰다.

방송사들이 이처럼 시트콤에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여기에는 제작비는 저렴한 반면 시청률 경쟁에는 유리한 ‘시트콤의 경제학’이 깔려 있다. 두 방송사 시트콤의 평균 제작비는 회당 1200만∼1500만원대. 회당 2000만원 이상이 들어가는 밤 시간대의 일일극과 비교하면 저렴하다. 일단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매일 이어지는 ‘띠 편성’으로 전성기의 ‘남자셋∼’처럼 30%대까지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MBC 편성실 윤건호 부실장은 “시트콤 대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섯개의 다른 프로를 만든다면 제작비는 20∼30%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일 시트콤의 시청률이 높아지면 주변 프로들까지 동반 상승한다는 것도 방송사들이 시트콤에 집착하는 이유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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