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인기 「말솜씨」가 좌우 …주영훈 단박 스타로

  • 입력 1999년 7월 4일 18시 37분


최근 TV오락프로를 중심으로 ‘세치 혀’가 연예인들의 인기지수를 좌우하고 있다. 평소 말 잘하는 것은 소용없다. 잡담이래도 좋다. 오직 프로그램에서 쏟아내는 말의 재미, ‘말의 상품화’가 중요할 뿐이다.

“토크쇼에서 썰렁한 반응을 얻으면 그냥 ‘아웃’이죠. 인기도는 물론 드라마 캐스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말조심하라는 격언이 뼈저리게 느껴질 정도예요.” (남자탤런트 L씨)

그러다보니 이제 말솜씨는 연예인의 이미지를 결정하고 때로는 상품가치로 둔갑하기도 한다. “타고난(때로는 고친) 외모나 돈으로 가꾼 패션감각은 이제 1차원적 ‘미덕’일 뿐”이라는게 경명철 KBS책임프로듀서의 얘기. 말재간 없으면 단박에 ‘썰렁한 스타’로 곤두박칠친다는 것이다.

6,7명의 연예인을 출연시켜 그날의 토크왕을 꼽는 KBS2‘서세원쇼’(화 밤11·00)는 입담의 우열을 가리는 프로. 여기서 작곡가 겸 MC 주영훈, 개그맨 유재석, 그룹 컨츄리꼬꼬 등은 기대이상의 입심을 보여 단박에 떠버렸다. 주영훈이 이후 MBC‘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메인MC를 맡고, 유재석이 KBS2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에 고정 코너를 맡게된데도 영향을 미쳤다는게 방송가의 중론.

반면 개그맨 이모, 가수 임모 등은 ‘서세원쇼’에서 낭패를 본 후 다시는 출연하지 못했다. “일단 썰렁한 이야기를 하게되면 다음날 곧장 수근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중엔 섭외 기피인물로 찍히기까지 하죠.”(‘서세원쇼’권영태PD)

이 때문에 연예인들이 “말 잘한다”는 평을 듣기 위해 쏟는 노력은 처절할 정도. 출연 대기실에서 지인들에게 연신 휴대전화를 걸어가며 재미있는 얘기거리를 찾는가 하면 책이나 신문을 끼고 다니기도 한다.

김영선KBS책임프로듀서는 “앞으로 연예인은 말솜씨없이 여의도에 발붙이기 힘들다는 점에서 정치인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고 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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