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밤9시 일일극은 「PD들의 무덤」

  • 입력 1998년 10월 12일 19시 14분


SBS 일일극은 ‘PD들의 무덤’인가. SBS드라마국에서 밤 9시대 일일극이 ‘무섭다’는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간부는 “과거 일일극 PD는 평균 주 5회이상을 제작하는 부담 때문에 ‘공장장’으로 불렸지만 그래도 연출력을 인정받는 영예로운 자리였다”면서 “그러나 요즘은 서로 맡지 않으려고 꺼리는 자리가 됐다”고 개탄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평선 너머’ ‘서울 탱고’ ‘7인의 신부’ 등 지난해 10월말부터 방영된 일일극이 모두 ‘단명’했기 때문. ‘지평선…’은 KBS일일극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작가 이금림과 ‘목욕탕집 남자들’의 정을영PD가 나섰지만 68회로 종영됐다. 이어 KBS ‘당신이 그리워질 때’ ‘바람은 불어도’ 등으로 ‘일일극의 귀재’로 불리는 이영희PD가 ‘서울탱고’를 연출했지만 역시 중도하차했다.

8월17일 첫회가 나간 ‘7인의 신부’는 불과 두달만에 퇴출되고 19일부터 새 일일극 ‘미우나 고우나’가 방영된다. 일일극이 미우나 고우나 어쨌든 연출을 맡게된 ‘비운의 연출자’는 윤철용PD.

이처럼 SBS일일극이 조기퇴출 운명을 맞는 이유는 첫째가 시청률이다. 같은 시간대 경쟁사의 정규뉴스와 맞물리는 바람에 10% 안팎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송광고가 격감되면서 방송사 간판 드라마이면서도 CF가 1,2개밖에 붙지 않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일선 PD들은 “작품의 완성도도 문제지만 타사의 뉴스와 경쟁해야 하는 편성상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PD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기퇴출이 졸속 기획과 낮은 시청률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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