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의 전설」 최수종은 탈주의 귀재?

  • 입력 1998년 9월 30일 19시 32분


‘탈주의 전설.’

최수종의 온몸을 던지는 도망자 연기로 한달째 부동의 시청률 2위를 기록 중인 KBS 2TV 주말극 ‘야망의 전설’(밤8시)의 또다른 이름. ‘야망’은 극전개와 동떨어진 지 오래다.

최근 한달간 방영된 내용을 보자. 극중 이정태(최수종)가 특수부대 동료와 수용소를 탈출해 산과 계곡에서 쫓기는 장면이 절반, 서울 집 근처로 도주해 빌딩 지하와 호텔 스위트룸 창고 등에서 군경에게 쫓기는 장면이 절반이다.

물론 10%의 저조한 시청률을 만회하려는 제작진의 고육책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시청자의 입맛에 ‘영합’한 결과, 지나치게 지루해진 극전개에 있다. 간단하게 처리해도 될 대목이 한 회분을 차지하고 다음회 예고편에까지 이어질 정도다.

26일 방영분에서는 이정태가 처자식과 함께 창고에서 군과 대치하는 장면이 한시간 내내 이어졌다. 제작진은 정태의 아내를 인질로 처리해 창고신을 연장시키는, 기획에도 없던 ‘운용의 묘(妙)’를 발휘했다. 실제로 극중 군 체포조는 인질이 있음을 인지해 대낮에 시작한 작전을 보류하고 밤8시에 다시 작전을 실시했다.

27일 방영분에서는 창고에서 총탄 세발을 맞고 혼절한 정태를 근처에서 승용차로 대기하던 옛연인 재희(염정아)가 수녀원으로 ‘후송’했다.

시청률만 쫓아 제멋대로 늘어나는 ‘고무줄 플롯’. 그래서 극중 재희(염정아)가 죽은 줄 알았던 최수종이 살아 돌아오자 내뱉었던 넋두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걸까. “왜 이리 엉망인지 모르겠어”.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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