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에 비용절감, 구조조정….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휩쓸지 않은 데가 어디 있을까 싶지만 ‘위기가 기회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 있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케이블TV 업계에서도 일부 프로그램 공급업체(PP)들이 “지금이 기회!”라고 외치며 공격적인 편성전략 구사에 나섰다.
이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곳은 음악전문 채널인 m.net(채널27)와 KMTV(채널43). KBS MBC 등 공중파TV들이 10대 취향의 현란한 댄스곡이 넘치는 가요순위 프로그램을 폐지함에 따라 음악전문 채널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됐다.
m.net 제작부의 최수일 차장은 “벌써부터 발빠른 댄스가수의 매니저들은 신곡 소개의 길이 막힌 공중파TV 대신 케이블TV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요즘의 추세를 소개했다.
댄스곡 소개프로인 ‘리듬천국’의 경우 스튜디오가 아닌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녹화하는 프로여서 지금까지 소위 ‘대형가수’들은 섭외가 어려웠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섭외가 쉽게 풀려 제작진은 모처럼 신바람이 나 있다.
라이브 콘서트를 녹화해 방송해달라는 대형가수들의 부탁도 쇄도해 이미 이승환 김경호 등의 콘서트를 녹화중계하기도 했다.
KMTV에서 ‘생방송 뮤직큐’를 연출하는 나한나PD도 “이전에는 출연섭외를 위해 연락하면 2,3주후에나 출연하겠다던 인기가수들도 요즘은 바로 출연이 가능하다”며 “섭외를 위해 들이는 수고가 전보다 3분의 1쯤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추세에 힘입은 듯 m.net는 최근 다양한 프로를 새로 만들고 방송일자를 늘려 본방송을 56%에서 60.7%로 늘렸다. 대부분의 케이블TV들이 제작비 절감을 위해 되도록 재방송을 늘려잡는 것과는 딴판이다. 음악전문채널 못지않게 영화전문 케이블TV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유료영화채널인 캐치원(채널31)은 ‘접속’‘창’ 등 지난해 서울에서 15만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들인 한국영화 8편과 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외국영화 8편을 최근 사들였다. 외화 중에는 1백35만명의 관객을 모은 ‘잃어버린 세계’를 비롯, ‘콘 에어’ ‘제5원소’ ‘페이스 오프’등‘대박’이포함돼 있다.
환율인상으로 외화 구매편수를 축소하는 것이 대세인 IMF시대에 적극적인 구매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형 대리는 “비디오 대여료 인상과 문화활동 침체 등의 조건을 잘 활용한다면 IMF위기는 영화전문채널이 경제적인 영상문화상품으로 정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적극적인 구매는 이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