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사랑」으로 변한 쥐사냥 「마우스 헌트」,개봉 박두

  • 입력 1997년 12월 24일 08시 07분


할리우드 영화사(史)는 동물들의 은막 데뷔사다. 개(벤지)는 기본이며 돼지(베이브) 뱀(아나콘다) 곰(베어) 고릴라(킹콩, 버디) 상어(죠스) 공룡(쥬라기공원) 청둥오리(아름다운 비행) 등 파충류 조류 포유류가 앞다퉈 등장해 왔다. 국내개봉을 앞둔 미국영화 「마우스헌트」에선 쥐가 나온다. 이미 만화 「미키마우스」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존재지만 실사(實寫)영화에서 주연은 처음이다. 영화 내용은 제목 그대로 「쥐 사냥」이다. 그러나 다 보고나면 「쥐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산 위기에 쫓기는 리 에번스와 나산 레인 형제는 유산으로 물려받은 낡은 저택을 개조해 비싼 값에 팔려한다. 저택의 터줏대감인 생쥐 한마리는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리숙한 이들 형제에 맞서 「영웅적 항쟁」을 펼친다. 그 활약을 의인화해보면 가히 맥 가이버나 제임스 본드에 비길 만하다. 방안 가득 설치된 1천개의 쥐덫을 튀겨올려 두 형제를 골려주는가 하면 맹수 같은 고양이도 쓰러뜨리고 첨단장비로 무장한 벌레 퇴치전문가까지 병원으로 실려보낸다. 형제가 자동 못박기로 수십개의 대못을 벽에 척척 박아나가자 안벽에서 생쥐가 이를 피해 달려나가는 모습은 액션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숨막히는 장면들의 패러디다. 이 액션들을 위해 세종류의 쥐가 출연했다. 정교하게 제작된 모형 쥐와 컴퓨터그래픽 쥐, 그리고 60마리의 훈련된 생쥐들. 영화용 동물 조련사 부니 나르가 쥐들을 훈련시켰다. 그는 우리 영화 「꼬리 치는 남자」에 나왔던 개를 포함, 「트위스터」 「배트맨 포에버」 「라스트 액션 히어로」 등의 동물 배우를 다룬 베테랑 트레이너. 『생쥐들에겐 호두조각을 먹여가며 친숙해졌다』며 『촬영 도중 숨진 스턴트 쥐는 하나뿐이지만 그것도 자연사였다』고 했다. 「쥐 사랑」을 실천한 셈이다. 리 에번스와 나산 레인의 표정 및 액션연기는 치고받고 쓰러지는 미국식 슬랩스틱 코미디의 본모습이다. 지난달 뉴욕 소니링컨극장에서 시사회가 있은 후 기자들이 에번스에게 『대단한 표정 연기였다』고 덕담을 건네자 그는 앉은 자리에서 2분간 30가지 이상의 표정을 바꿔보였다. 어리숙하면서도 선량한 에번스와 레인 두 사람은 끝내 쥐 한마리를 당해내지 못하지만 생쥐 덕분에 파산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결국 유머러스한 동화 같은 이 영화의 진정한 테마는 「쥐 사랑」이라기보다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이제는 쥐마저도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할 것들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 아닐까. 〈권기태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