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후 두차례나 프로 개편을 했던 KBS 2TV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KBS는 평균 시청률이 바닥권인 2TV가 10월20일 가을개편 후에도 시청률이 별반 달라지지 않자 지난달 24일 다시 편성을 바꾸었다. 그러나 재개편 1주가 지난 지금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재개편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프로는 신설 시트콤 「아무도 못말려」. 그러나 상황설정도 어설프고 말장난만 되풀이되는데다 출연자들의 연기도 좋은 평을 듣지 못하고 있다.
「아무도…」의 참패는 예견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KBS는 시트콤을 밤9시대에서 지난 10월 오후6시반대로 옮겨봐도 신통치 않자 다시 밤8시로 옮기는 등 우왕좌왕하면서 「아무도…」를 급조해냈다. 한 공간에 사는 젊은 남녀들의 해프닝을 그린 MBC의 「남자셋 여자셋」이 인기를 끌자 이를 본떠서 SBS가 「뉴욕스토리」를 선보였고 KBS도 부랴부랴 「잘되는 프로 따라하기」의 구태를 답습했다.
가을개편에서 일일 다큐멘터리로 선보인 「특종, 비디오저널」은 일상속에 묻혀버리기 쉬운 소재를 과감하게 다룬 새로운 스타일로 주목을 받던 소프트 다큐멘터리. 메인뉴스가 방송되는 밤 9시대에 13∼14%의 시청률을 유지하던 인기프로였다. 그러나 지난달 재개편에서 8시25분으로 옮긴 뒤 시청률이 한자리 숫자로 뚝 떨어졌다. 종합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1TV「정때문에」와 방송시간대가 겹치고 SBS뉴스, MBC「방울이」 등 적수를 만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TV의 드라마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월화 미니시리즈는 「스타」 「질주」 「열애」 등이 시청률 경쟁에서 밀려 연달아 「조기종영」의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달 17일부터 시작한 「완벽한 남자를 만나는 방법」 역시 당초 계획된 12부작을 채우지 못하고 8부작 단명으로 끝날 예정.
한 PD는 『시청률에서 열세라고 판단되면 조기종영을 반복하다 보니까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5,6월 방송예정이던 프로를 갑작스레 앞당기고 드라마를 급조하다 보니 만들기 쉬운, 가볍고 무르익지 않은 소재를 선택하게 되고 드라마의 3대 요소인 각본 연출 연기가 모두 약해지는 결과가 됐다는 것.
광고가 붙는 오락채널인 2TV가 별 특성도, 눈에 띄는 간판 프로도 없이 내리막길을 걷는 현상은 광고없는 1TV가 「용의 눈물」 「정때문에」 「체험, 삶의 현장」 「TV는 사랑을 싣고」 등의 인기프로로 선전(善戰)하는 것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