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스타십 트루퍼스」로 만나는 감독 폴 버호벤

  • 입력 1997년 10월 24일 07시 49분


미래의 어느날, 남미 아르헨티나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P혹성에 살고 있는 외계 생명체의 공격 때문이다. 이때부터 무자비한 파괴본능 속에 인간의 뇌수를 빨아먹는 외계 생명체와 지구 방위군과의 우주전쟁이 시작된다. 「원초적 본능」 「토탈리콜」 「로보캅」 등 잇따라 블록버스터(흥행대작)를 연출한 폴 버호벤감독의 신작 「스타십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 로버트 하인라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7년간의 기획끝에 1억5천만달러(약1천3백50억원)의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SF(Science Fiction)액션물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선셋대로의 미국감독협회극장에서 시사회를 가진 뒤 20일 할리우드 스타의 단골 인터뷰 장소로 이름난 베벌리힐스의 포시즌 호텔에서 폴 버호벤을 만났다. 그는 『미국 사회에 강한 경고를 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며 『지구인과 외계인이 싸운다는 만화같은 내용으로 시작하지만 관객들이 좀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하자니 여자 전사역의 디나 마이어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버호벤이 「스타십 트루퍼스」를 통해 현대문명에 경고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경시다. 술은 16세부터 살 수 있지만 술보다 더 위험한 총은 14세부터 소지할 수 있게 한 미국의 법, 범죄자의 처형은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한 텍사스주의 법체계를 그는 강하게 비판한다. 「스타십 트루퍼스」에서 도드라지는 또하나의 메시지는 「강한 여성」이다. 「원초적 본능」에서 성적 매력과 독기로 남자를 사정없이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샤론 스톤을 등장시켰던 버호벤은 이 작품에서도 튼튼한 근육과 모성성을 갖춘 디나 마이어를 내놓았다. 남자 주인공 캐스퍼 반 디엔을 사랑하면서도 보호받기보다 보호하겠다고 나서는 새로운 여성상이다. 버호벤은 『당신의 작품에는 왜 강한 여성이 자주 등장하느냐』는 질문에 『실제로 여자들이 더 강하지 않느냐』고 답변, 폭소를 자아냈다. 『생물학적 차이는 있지만 여성의 능력은 남성과 동등하고 어떤 면에서는 더 강하지 않습니까. 여성 전사역을 맡은 디나의 등장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영화문법은 심각하지 않다. 만화처럼 코믹한 느낌, 현란한 특수효과는 압권이다. 『필 티펫에게 특수효과를 맡기지 않는다면 영화를 찍지 않겠다』 버호벤이 이 영화 기획단계에서 제작사에 던진 「협박」이다. 필 티펫은 「쥬라기 공원」 「로보캅」 「스타워스―제국의 역습」 등 SF대작을 모두 만들어낸 할리우드 특수효과 분야의 대표적 주자. 티펫팀은 이 작품을 위해 곤충을 닮은 7종의 외계 생명체 등 1천여개 이상의 모델을 제작했다. 그래서 「쥬라기 공원2」보다 3배 이상의 특수효과 장면이 사용됐고 이 비용만 1억달러(약 9백억원)나 썼다. 외계 생물체가 지하에서 지표면을 뚫고 나와 불을 뿜거나 하늘을 날며 지구방위군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역시 필 티펫!』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 11월경 이 영화가 미국을 비롯, 세계에 배급되면 버호벤은 예수를 주제로 한 영화 작업에 들어간다. 33세 이전의 젊은 히틀러를 그리고 싶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만일 두 작품을 모두 만들게 된다면 지난 2천년간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을 영화화하는 영광을 안게 될 것』이라고 버호벤은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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