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그룹 「자우림」서 나는 박하향…「헤이…」히트곡 대열

  • 입력 1997년 10월 17일 08시 08분


「자주색 비가 내리는 숲」. 록그룹 「자우림」(紫雨林)의 이름 풀이다. 어떤 풍경일까. 그들은 자기 음악에 대한 이미지를 『양치질을 갓 마친 기분』 『봄날 나들이 기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팬들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듣는 이들의 마음대로 떠오르기를 바란다』고 말할 뿐. 「자우림」은 아직 첫 음반을 내지 않았다. 요즘 한창 밤새워가며 녹음중이다. 그런데 웬만한 팬들은 안다. 이미 입소문을 탔는데다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는 덕분이다. 여성 보컬을 앞세운 4인조 록밴드라는 점도 눈에 쉽게 들어온다. 멤버는 김윤아(보컬) 이선규(기타) 김진만(베이스) 구태훈(드럼) 등. 각자 언더그라운드에서 활약해왔다. 보컬 김윤아는 성신여대에 입학하자마자 노래를 시작, 벌써 10여개 팀을 거쳤다. 그들은 7월초 영화 「꽃을 든 남자」의 사운드트랙에 「헤이 헤이 헤이」를 발표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신인에게 까다로운 방송가에서도 출연섭외가 들어왔다. 7월 중순 MBC TV와 라디오를 통해 첫선을 보였고 금세 기대주로 떠올랐다. 음악은 상쾌한 록이다. 「민트 록」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박하처럼 싸하다는 뜻. 멜로디는 경쾌하고 가사도 심각하지 않다. 이들의 록은 기존 록을 보는 시각에 대한 「톡쏘기」다. 지금까지 국내 록은 저항과 자유를 표출한다는 록정신으로 지나치게 진지했던 일면이 없지 않았다. 히트곡 대열에 오른 「헤이…」도 그렇지만 녹음중인 노래에서도 록정신이라는 딱딱한 결정체는 보이지 않는다. 「이틀전에 죽은 그녀와의 채팅은」이란 노래. 즐겁게 채팅을 한다. 그런데 채팅 상대가 「이틀전에 죽었는데 잊혀지고 싶지 않아 PC앞에 있다」고 띄웠다. 소스라치는 나. PC통신과 귀신이야기에 취하는 신세대에게는 그럴듯할지도 모른다. 「격주 코믹스」란 노래도 그렇다. 새 학교로 전학하고 그 곳 불량배들과 싸운다. 결투. 주인공이 한떼의 불량배를 물리치고 여학생의 사랑을 얻는다. 남자는 근육질의 파워맨이고 여자는 섹시걸. 「자우림」은 자신들의 깃털처럼 가벼운 록에 별 의미를 두지않는다. 『뭔가를 의식해서 만든 게 아니라 막상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까 이런 노래였다』는 것이다. 깃털처럼 가벼운 답변. 록계는 이들의 「박하 록」에 대해 『자유롭고 시원하다』 『그것도 록이라고 할 수 있나』 등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첫음반은 11월 중순 나올 예정. 「자우림」이 록에 대한 또다른 실험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허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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