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라디오「건강협주곡」,상상력 자극 직접 보는듯

  • 입력 1997년 9월 27일 08시 53분


라디오는 듣는 매체다. 그러나 소리만으로도 듣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해 영상을 직접 보는 것 못지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같은 점을 극대화한 장르가 「라디오 피처」다. KBS1라디오(FM 97.3㎒ AM 711㎑)가 28일 오전 11시10분에 방송할 「건강협주곡 1997」은 좀처럼 라디오에서 만나기 힘든 「라디오 피처」프로그램. 프로가 시작되면 곧바로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와 KAL기 추락참사 등 우울한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는 효과음들이 귀를 자극한다. 이어지는 내레이션. 『…1997년 각종 사건과 사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욕심이 부르는 끝없는 혼란… 우리의 마음은 병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건강하십니까』 이후로는 증권회사 직원인 김성만씨의 짜증나는 하루와 스트레스가 그대로 펼쳐진다. 리포터가 김씨를 따라다니며 그의 하루를 인터뷰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같기도 하고 성우가 주인공을 연기하기 때문에 드라마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라디오 프로는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지만 「건강협주곡…」은 증권회사 사무실, 퇴근길의 거리, 지하철역, 호프집 등 실제 현장에서 녹음됐다. 김씨의 한탄과 짜증나는 사무실풍경 사이사이에 부르흐 블랑 바르토크 훔멜의 협주곡 14곡이 들어간다. 음악에 치료효과가 있음을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그래도 극이 끝날 즈음이면 거친 마음을 도닥이는데 효과가 있음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준다. 장충길PD는 『라디오 피처는 대담이나 독백 해설 노래 음악효과 등 라디오에서 가능한 모든 표현방법을 동원해 시각화와 극화로 청취자 상상력을 자극하는 라디오의 독자적인 음향작업의 한 장르』라고 설명했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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