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손수건 세대입니다. 얼룩도 드문드문 있고 색은 바랬지만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한번 쓰고 버리는 1회용 휴지와 달라요』
가수 양희은(45)은 요즘 자주 이런 말을 한다. 마흔 중반이지만 통기타 가수의 따뜻함이 젊은 날과 똑같이 배어나온다. 덕분에 중년층은 양희은에게서 세월과 함께한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양희은은 마음이 넉넉한 중년층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자청타청으로 해마다 일여덟차례씩 갖는다.
11일 오후 6시반 서울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공연은 사랑심기 자선음악회(02―763―2620)다. 「사랑의 씨튼 수녀회」에서 시각장애아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충주성모학교의 새 건물을 짓기 위한 모금 행사.
충주성모학교와의 인연은 배우 안성기가 다리를 놓아 맺어졌다. 그러나 연예인 친목단체 「늘푸른 모임」과 매년 유사한 성격의 행사를 해오고 있어 낯설지 않다. 다만 『자선을 빙자해 사욕을 채운 사례가 있어 오해받을까 두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특히 자선이라는 글자만 들어가면 그저 그런 수준이라는 「오해」도 물리치고 싶다는 얘기다.
이번 레퍼토리는 「한계령」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가을편지」 「세노야」 「아침이슬」 등으로 정했다. 중년층의 젊음을 되돌려주는 노래들이다. 양희은은 투명하면서도 카랑카랑한 입심으로 중년의 노래를 예찬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의 가치를 일깨워봅시다. 손에 잡히는 것들에만 몰려드는 세태 속에 잃어버린 게 많아요. 마음 정 사랑 위로…』
그래도 양희은은 세태를 거부하지 않는다. 불혹을 넘어선 나이에 세상의 모양이 어떻든 『날이 갈수록 우직하게 공들이고 싶다』는 것이다. 후배들에게도 『음반이 3만장만 나가면 만족한다』고 했다가 핀잔도 자주 듣는다. 그러나 대중문화의 첨병은 늘 젊은 세대였고 양희은 자신도 25여년전에 그랬다. 다만 그때는 왠지 불안했고 지금은 넉넉하다는 게 차이.
하루는 93년부터 4년간 진행해온 CBS 「양희은의 정보시대」로 시작한다. 시사정보프로여서 오전 7시에 출근해 조간을 샅샅이 훑다보니 상식은 박사급 수준. 그리고 아령 운동과 노래 연습을 할라치면 금세 하루가 다간다.
올해 안으로 새 음반을 내놓을 계획. 그는 『3만장』이라고 두팔을 활짝 들어보였다.
〈허 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