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 인기업고 부업을 「주업」으로…『재벌되겠네』

  • 입력 1997년 8월 8일 07시 26분


개그맨 주병진(38). 이제 ㈜좋은 사람들의 대표이사라는 직함이 어색하지 않다. 연예인에서 사업가로의 화려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회사가 오는 11월경 주식 장외시장(코스닥시장)에 등록하면 그는 백만장자가 된다. 증자와 주식공모를 거치면 그의 지분은 57%(1백16만주). 이렇게 되면 그의 재산규모는 최저수준인 주당 공모가격(5만6천원)으로 계산해도 3백7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 한 때 「완전히 벗겠다」고 큰소리치며 「돌 사진 광고」로 코미디쇼를 펼쳤던 그의 「속옷 재벌」의 꿈은 착실히 여물고 있다. 이 영향으로 요즘 연예가에는 새로운 말이 돌고 있다. 「송충이는 솔잎만 파선 안된다」. 과거 코미디언 배삼룡 이기동 등 선배들이 음료 사업 실패로 곤욕을 치를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연예인의 부업(때로는 「주업」)은 30대 이후의 탤런트와 개그맨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라기보다는 자영업 수준. 이들의 부업은 업종에 따라 크게 몇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저술업」. 개그맨 전유성은 이 방면의 선두주자 격. 카페 개업으로 부업전선에 뛰어들었던 그는 지난 3년간 일곱권의 책을 냈다. 「컴퓨터 1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 1,2는 베스트셀러에 합류한 히트작. 코미디언 구봉서, 왕년의 인기배우 엄앵란, 전문MC 허수경, 개그맨 서경석 등도 자서전이나 방송 컴퓨터를 소재로 책을 출판했다. 연예인 부업의 주류는 뭐니뭐니 해도 「먹을거리 사업」. 귀순가수 김용은 특히 「먹자+이미지」형이다. 경기 일산에 개업한 이북식 냉면전문점 「모란봉」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냉면과 그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진 게 성공 요인으로 귀순개그맨 전철우에게 분점까지 「분양」했다. DJ 이숙영은 「튀는 여자」라는 구호답게 철판구이집을 하고 있고 최양락―팽현숙커플과 개그맨 신동엽은 카페를 운영한다. 탤런트 김종결 송경철, 개그맨 김종국 김학래 등도 이 유형에 속한다. 「뽀뽀뽀」의 「뽀미언니」로 등장하는 탤런트 김수정은 가족과 함께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교육형」. 영화배우 심혜진(웨딩숍)과 그룹 「룰라」의 멤버였던 가수 김지현(보세 옷가게) 가수 조갑경(미용실) 등은 「패션형」으로 분류된다. 「전공 살리기 형」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탤런트 전운 등이 운영하는 연기학원과 방송아카데미를 개업한 개그맨 홍기훈, 매니저로 변신한 영화배우 조선묵 등이 「아는 동네」에서 뭔가 해보겠다는 형이다. 개그맨 김형곤은 전공을 살려 코미디클럽을 운영했으나 최근 단란주점을 개업했다. 직업평론가 김농주씨(연세대취업정보실)는 『연예인은 신세대의 선호도가 부쩍 높아진 직업이지만 톱스타와 다른 그룹의 격차가 크다』면서 『결국 이들의 부업은 인기가 사라진 뒤를 대비한 「보험」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신연수·김갑식기자〉 ▼ 부업, 왜 몰리나 ▼ 연예인 부업의 키워드(Key Word).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 만큼 돈에 민감한 직업도 드물다. 서울 강남에서 전문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탤런트는 『몇차례 사업에 손을 댔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다행히 이번에는 순조로운 편이어서 그동안 까먹은 것을 간신히 보충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브루스 윌리스, 실베스터 스탤론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공동출자한 패밀리 레스토랑 「플래닛 할리우드」의 해외 성공 사례는 국내 연예인에게 꿈 같은 이야기일 뿐. 비록 한국에서는 쓴 맛을 봤지만. 국내 연예인 부업의 출발점은 「빈익빈부익부」의 구조 때문이다. 영화배우 박중훈 탤런트 김지호 등 소수의 스타군은 CF 출연료만으로 한해 10억원대의 수입을 올린다. 그러나 대다수 연예인들은 출연료만으로는 연기에 전념할 수 없기 때문에 부업전선으로 내몰린다. 부업 열기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뜨겁고 밤무대와 이벤트 참가 등 비교적 다양한 활동공간이 있는 가수보다 탤런트 개그맨들이 적극적이다. 신세대가 주도하는 대중문화계에서는 인기가 곧 돈이고 나이는 인기와 반비례하는 것이 연예계의 법칙이다. 또 방송을 통한 지명도가 곧 돈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도 만만치 않은 유혹 요인이다. 연예인은 지명도가 가장 큰 게 장점이지만 사업마인드의 부족과 겸업에 따른 한계가 사업실패를 낳고 있기도 하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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