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영화「娼」,사창가 쇼윈도에 비친 「윤리-性」

  • 입력 1997년 7월 25일 07시 39분


경기 벽제의 외진 야산. 서울에서 1시간 남짓 차로 달려가면 3천평 규모의 야외세트장에 80년대초 뒷골목이 나타난다. 구멍가게에 전시된 청자 새마을 담뱃갑이랑 오래된 괴기영화의 포스터, 나지막한 기와집에 미닫이 유리문. 예전의 청량리588 종로3가 등 서울시내 유명한 사창가의 이미지를 조합해 만들었다는 이 세트는 밤이 되면 화려한 옷을 입는다. 붉고 노란 등불아래 번지는 여자들의 분냄새…. 최근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임권택감독(61)의 새 영화 「娼―노는 계집 창」의 촬영 현장이다. 지나가는 취객을 창녀들이 잡아끄는 15초짜리 한컷 촬영이 지난 18일 밤10시부터 시작됐다. 『장면연결이 매끄럽지 않으니 카메라 레일을 가운데로 다시 설치하자』 『취객 동작이 너무 커』 『「오빠」 소리만 나는데 「아저씨」 「여보」 「자기」 등 다양하게 해보라구』 효과맨이나 조명맨이나 모두 자신의 체험(?)을 살려 실감나는 영화장면을 만들기 위해 한마디씩 거드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1시간 가까이 리허설과 촬영을 한 뒤에야 한컷이 끝났다. 이 세트가 70년대에는 벽이 막힌 기와집으로, 90년대에는 통유리로 만든 쇼윈도로, 창녀촌의 시대적 변화에 따라 모습을 달리할 예정이다. 가슴과 허벅지를 드러낸 여자들 사이로 외국인 한사람이 눈에 띄었다. 올해 캐나다 밴쿠버영화제의 작품 선정을 위해 내한했다는 영국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 그는 임감독의 작품을 10년 전부터 지켜봐왔다며 새 작품 「창」에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짬을 내서 인터뷰에 응한 임감독은 『세상 전체가 흙탕물처럼 흐려진 시대에 가장 때묻고 타락했다는 사창가라는 프리즘을 통해 자신을 되비춰보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든다』고 말했다. 임감독은 『최근 고교생들이 음란비디오를 제작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사창가 여자들의 성윤리도 70년대와 90년대는 많은 차이가 있다』며 1년 가까이 실제 종사자들을 취재한 결과를 영화에 담겠다고 밝혔다. 「창」은 8월말 촬영을 끝낸 뒤 오는 추석에 개봉할 예정이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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