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고향」,전설-괴담등 다뤄 신세대 공략

  • 입력 1997년 7월 8일 07시 55분


지난 3일 밤 11시경 오대산 무릉계곡. 5m 아래 계곡물이 검은 입을 벌리고 사납게 흐르는 낭떠러지 위에 한 청년(이세창 분)이 쫓기고 있다. 흰옷을 입은 섬뜩한 모습의 여자(최정윤 분)를 피해…. 한발짝 삐끗하면 끝장인 벼랑끝에 선 청년. 여자를 향해 절규하지만 뱀비늘 모양의 흉터로 온몸이 뒤덮인 채 혀를 날름거리는 여자는 청년을 계속 몰아붙일 기세다. 순간, 공기마저 팽팽히 조여지는 듯한 긴장된 분위기를 일순에 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컷!』 KBS 「전설의 고향」의 「검룡소애」편 촬영현장. 이 한 장면을 찍기 위해 전기상PD는 『큐!』 『컷!』을 번갈아 외쳐대며 다음날 새벽까지 촬영을 강행했다. 지난해 최고 39.7%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전설의 고향」. 12일부터 그 영광을 다시 한번 재현하겠다는 KBS제작진은 올해는 전설뿐 아니라 현재와 과거를 잇는 괴담도 다뤄 「X파일」 「퇴마록」 등에 빠져드는신세대시청자층까지공략한다는 전략. 1천3백년의 시공을 넘나드는 「검룡소애」도 그 중의 하나. 「검룡소애」는 자살하려던 눈먼 소녀 소해를 구해준 이무기가 결국 배신을 당하자 현대에 환생해 복수를 꾀한다는 내용. 전PD는 『특수영상기법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의 구조가 시청자들을 꽉붙잡고 말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주말 무릉계곡 촬영은 현대에서 여인으로 환생한 이무기가 그 역시 다른 남자의 모습으로 환생한 소해를 쫓는 장면이다. 이 한 장면을 위해 여섯명의 분장사가 단영 역의 최정윤에게 「폼 레이텍스」 등을 이용한 특수분장을 하는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번개조명과 스프링클러로 비를 뿌려 제법 으스스한 분위기를 잡았지만 「쪼다통」이라고 불리는 스모그 제조기에서 나오는 연기가 심한 바람을 타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려 제작진의 애를 태웠다. 결국 약쑥을 태워 곳곳에 배치하는 「재래식」방법을 동원해야 했다. 비 때문에 바위가 미끄러운데도 절벽끝까지 아슬아슬하게 뛰어가는 이세창의 연기는 보는 사람의 가슴을 죄게 할 정도. 연기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전설의 고향」보다 되레 오싹했다고. 이 드라마는 다음달 2,3일 밤9시에 KBS 2TV에서 방영된다. 〈강릉〓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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