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아침마당」,보통사람들의 눈물보따리

  • 입력 1997년 4월 16일 08시 03분


거짓말과 배신이 춤추는 「가슴없는 시대」. TV가 일으키는 「눈물바람」이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SBS 「스타가 당신을 찾아간다」(수 오후 7시)와 KBS 1 「아침마당」의 「그 사람이 보고 싶다」(수 오전 8시반). 조작된 감동을 거부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 눈물과 웃음이 범벅된 「인정의 장터」를 만들고 있다. SBS 「스타가…」는 속내를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물꼬를 트게 하는 프로다. 여기서 스타는 사랑의 징검다리 역할. 16일 방송하는 사연도 그야말로 찡하면서도 기분 좋게 눈물샘을 자극한다. 강진석(40·경기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최길순씨(38)부부는 5년 전 사업에 실패한 뒤 2천5백만원짜리 전세방을 얻었다. 그런데 집주인 김은종(64) 이정열씨(60)부부는 강씨의 가슴아픈 사연을 듣고 『성공하면 갚으라』며 전세금을 돌려주고 아이도 봐주며 친부모 이상으로 돌봐주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강씨 부부는 드디어 집 한칸을 마련해 이사할 예정인데 고민에 빠졌다. 그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스타가…」에서는 탤런트 안문숙이 나와 두 집안의 「정표 나누기」를 중개한다. 강씨 부부는 집 마당에 나무 한 그루를 심기로 했고 김씨 부부는 『우리 집은 들어오면 성공해서 나가는 도깨비집』이라며 활짝 웃었다. 또 하나의 사연은 인천 연수구청 사무관 김진용씨(33)와 충남 당진에 있는 그의 한정초등학교 동기생들의 우정.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막내였던 김씨는 고학으로 대학원을 나왔고 행정고시에도 합격했다. 동기생들은 불우한 환경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김씨의 고진감래를 「깜짝 동창회」로 축하한다. 김씨는 나중에서야 이를 알고 죽마고우의 우정에 울먹. KBS의 「그 사람이…」는 83년 전국을 뜨겁게 적셨던 이산가족찾기의 축소판. 9일에는 김창석씨(37)가 30여년전 헤어진 어머니를 찾는 사연을 털어놓았다. 굵은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지자 방청객들도 손수건을 꺼내기 시작. 방송이 나간 뒤 어머니의 소식을 한 친척이 전해왔고 김씨는 평생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방송한지 1년 남짓 된 두 프로는 시청자들의 사연과 신청이 폭주할 만큼 인기다. 「그 사람이…」는 5천여건이 밀려 있고 「스타가…」도 두어달은 기다려야 찾아오는 스타를 만날 수 있다. 방송가에서는 폭력과 불륜, 선정주의 등 시청률 싸움의 기본무기 없이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두 프로에 대해 『세상은 역시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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