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시청률 낮다』 잇단 조기종영

  • 입력 1997년 2월 16일 19시 53분


[권기태·이원홍 기자] MBC가 방영하는 드라마들이 당초 계획보다 훨씬 일찍 막을 내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해당 프로들이 시청률 경쟁에서 타사에 밀리자 MBC측에서 서둘러 종영해 버린데 따른 것으로 이들 드라마를 지켜봐온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MBC는 최근 일일극 「욕망」을 두달만에 마치고 3월부터 「세번째 남자」를 내보내기로 했다. 「욕망」은 잇단 조기종방의 「공백메우기」로 원래 45회 단기물로 예정되었으나 그나마 10회가량 단축될 예정이다. 또 「욕망」에 앞서 방영된 일일극 「서울하늘 아래」도 한달반만에 조기 종방됐었다. MBC의 이같은 「드라마 중도포기」는 지난해부터 계속돼 오고 있다. 지난해 4월 수목드라마 「이혼하지 않는 이유」를 당초 계획의 반정도인 24회만 내보내고 막을 내렸고 주말극 「동기간」 「가슴을 열어라」도 각각 예정의 절반인 25,26회만에 끝냈다. 현재 방영중인 주말극 「사랑한다면」도 앞당겨 끝낼 것으로 보인다. 이들 드라마들은 경쟁 드라마가 50%대의 시청률에 육박할 당시 1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했었다. 이에 따라 MBC 제작진 내부에서도 적지않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연기자들은 MBC 출연을 기피하고 있으며 작가나 PD들도 짧은 준비기간으로 후속드라마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중견탤런트 A씨는 『다른 드라마를 포기하고 선택한 드라마가 일찍 막을 내릴 때는 그에 따른 패배감 수입차질 이미지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최근 MBC에 대한 연기자들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PD는 『시청률을 높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처음부터 자극적인 내용으로 무리수를 두게 돼 내용전개가 힘들다』며 『조기 종방이 이뤄지면 후속작품을 준비할 기간이 그만큼 짧아지므로 다음 드라마 또한 극내용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명 및 동시녹음을 맡는 외부업체들도 『드라마의 일방적 종방으로 스케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놓고 있다. 이에 대해 MBC 정문수 TV제작국장은 『좋은 작품이었다면 왜 조기종방했겠는가』라며 『작품이 개선될 가능성이 없을 때는 다른 작품을 내보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작가 D씨는 『KBS 「사랑할 때까지」도 처음 한자리수 시청률이었지만 갈수록 시청률이 높아져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다』며 『초기 시청률이 낮더라도 작품이 안정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면 방송사가 참고 기다려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YMCA의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황자혜간사는 『조기종방의 최대 피해자는 시청자』라며 『시청자들의 낙담은 드라마 외면 뿐 아니라 방송사 자체에 대한 실망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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