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드라마에 그려진 「상처뿐인 父情」

  • 입력 1996년 11월 14일 20시 22분


「李元洪기자」 아버지들이 슬프다. 「미나왕(미안해 나는 왕자야)」 「미나공(미안해 나는 공주야)」 등 자기중심적이지만 톡톡튀고 자신감 넘치는 신세대들의 모습과 「왕비병」에 걸려 있는 중년 부인들의 모습이 TV속에 그려지고 있는 반면 아버지들은 대부분 눈물을 흘린다. 시청률1위를 달리고 있는 KBS2 「첫 사랑」과 「머나먼 나라」, SBS 「형제의 강」과 MBC 「간이역」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아버지들은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이들은 상처받은 과거의 흔적으로 다리를 절기도 하고 가난을 못이겨 도둑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들은 극중에서 대부분 일찍 부인을 잃고 외롭다. 「첫 사랑」에서 주인공 정찬혁(최수종) 찬우(배용준)의 아버지 정덕배(김인문)는 지방소도시의 극장 간판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 부인을 잃고 자식들 뒷바라지를 위해 포장마차주인으로 변신한다. 「머나 먼 나라」에서 주인공 한수(김민종)의 아버지 김재구(김영철)는 도둑출신. 전쟁고아인 그는 날품팔이 지게꾼 막노동꾼 도둑질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가난으로 부인마저 잃은 그는 아들마저 도둑질을 하자 깊은 좌절을 맛본다. 「형제의 강」에서 준수(육동일) 준식(정수범)의 아버지 서복만(박근형)은 장사를 하다 망해 논 밭을 다 날리고 우시장 거간꾼으로 지낸다. 폭력적이고 고집이 센 그는 아들 준수에게 모든 희망을 건다. 「간이역」의 최승돈(박인환)은 시골 간이역의 부역장. 일찍 부인을 잃고 혼자서 자식 뒷바라지에 힘쓴다. 그러나 상처투성이의 이들 아버지들의 모습이 「부권상실의 시대」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제작진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아버지들의 고통과 한을 되새기며 그들의 진한 부성애를 강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근 드라마속에서는 이러한 아버지들의 헌신이 강조되고 있다. 「머나먼 나라」의 김재구는 아들이 다시 불량배로 돌아가려는 것을 막으려고 다리를 절며 쫓아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첫 사랑」의 정덕배는 포장마차를 찾아와 텃세를 부리는 불량배들에게 폭행을 당한다. 그러나 이들이 깨어나 던지는 첫마디는 『나는 괜찮다』였다. 이들은 오직 자식들의 성공만을 기원한다. 『가난과 외로움속에서 힘없는 죄로 세파에 시달려온 아버지들의 희생을 희화 시킬 수는 없었다』는 것이 제작진이 이들 아버지들을 「왕자병」 「왕비병」에 대응하는 모습으로 그리지 않은 이유다. 이들은 대신 『아버지, 파이팅』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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