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모두 제 책임” 탱크데이 사과… 신세계 “고의성 확인 못해”

  • 동아일보

鄭 “직원들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길”
신세계 “탱크데이 결재과정에 결함… 담당직원 폰 제출 거부, 조사 난항”
스타벅스 “선불카드 내달 2주간 환불”
與 “가식적 사과” 野 “인사조처 다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조선팰리스 강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조선팰리스 강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에 대해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사과했다. 신세계그룹은 해당 이벤트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시스템의 문제는 인정했다. 다만 대상 직원들이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는 등 법적·절차적 제약으로 인해 해당 마케팅을 고의로 기획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혀 자체 조사 결과가 다소 미흡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 ‘탱크데이’ 논란 후 두 차례 사과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5·18민주화운동 유가족,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 그리고 국민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며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도 더욱 높이겠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라며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미래세대에 넘겨주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우리 모두 같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탱크데이’ 논란이 발생한 지 8일 만에 직접 사과에 나선 정 회장은 약 5분간 굳은 표정으로 사과문을 읽으며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스타벅스 직원들을 언급하며 “부디 이분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스타벅스는 18일 텀블러 판매 촉진 이벤트를 진행하며 ‘책상에 탁!’ ‘탱크데이’라는 표현을 썼다. 탱크데이는 계엄군 탱크 투입을 연상시키고,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폄훼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 회장은 18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해임했고, 19일에는 자신 명의의 사과문을 내놨다. 그럼에도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정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19일부터 커머스팀 5명 전원과 담당 임원, 대표 등 결재 라인의 노트북 포렌식 검증과 교차 심문을 진행했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탱크데이’를 제안했던 직원을 포함해 커머스팀 팀원 3명이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고, 사내 메신저 대화 기록도 일주일만 저장돼 최초 마케팅 기획 단계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향후 경찰 조사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려는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해당 임직원을 즉시 징계 조치하고 민형사상 책임까지 묻겠다는 방침이다.

● 4단계 결재 과정에서 아무도 지적 안 해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코리아의 마케팅 검증과 리스크 관리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논란이 된 해당 이벤트는 지난달 22일 기안돼 팀장, 담당 임원, 본부장, 대표이사 등 총 4단계의 보고 절차를 거쳐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이 과정에서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마케팅 행사 합의자 7명 중 일부는 디자인 시안이 담긴 메일의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았다.

‘책상에 탁!’ 문구는 해당 팀이 임원·경영진 보고 없이 삽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무자들은 조사에서 “다른 텀블러 홍보 문구였던 ‘가방에 쏙’처럼 단어의 운율감을 맞추는 과정이었다”, “AI 추천을 받았다”며 사전에 5·18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탱크 텀블러’라는 제품명이 특정 의미를 담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신세계그룹은 “해외 제조사가 ‘물탱크’에서 따서 만든 이름”이라며 “2023년부터 호주와 태국 등 해외 시장에서 동일한 용량 규격으로 판매돼 왔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다음 달 1일부터 14일까지 한시적으로 선불식 충전카드 잔액을 조건 없이 환불해 주기로 했다. 기존 약관은 최종 충전 잔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만 나머지 40% 이하에 해당하는 잔액을 환불받을 수 있지만, 탱크데이 논란 후 환불 요구가 커지자 예외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같은 날 5·18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광장에서 정 회장의 사과에 대해 “빈껍데기 사과”라고 비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같은 날 5·18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광장에서 정 회장의 사과에 대해 “빈껍데기 사과”라고 비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이날 정 회장의 사과를 두고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뒤늦은 사과를 보며 씁쓸하다. (정 회장의) 그동안 극우적 언행을 봤을 때 소나기 피하기성 가식적 사과가 아닌가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정 회장은 사과하고 관련된 사람 인사 조처까지 다 했는데도 대통령과 장관이 나서서 ‘스타벅스 커피 마시지 말라’ 하는 나라를 우리가 용납해서 되겠느냐”고 했다. 5·18 단체들은 “보여주기식 사과가 아니라 역사적 상처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과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 스타벅스가 과거 인종차별 논란 뒤 매장 문을 닫고 직원 재교육을 한 사례처럼 눈에 보이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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