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길어질수록 소비는 더 신중해진다. 대신 기준은 분명해졌다. 적게 사더라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일상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옷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제 옷은 단순한 가격표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선택의 결과가 됐다.
최근 확산하는 ‘필코노미(Feel+Economy)’ 트렌드는 이러한 변화를 설명한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것을 넘어, 감정적 만족과 개인의 신념까지 소비의 기준으로 삼는다. 제품의 품질은 물론, 브랜드가 지향하는 철학과 지속가능성, 사회적 책임까지 구매 판단의 요소로 작용한다. 소비자는 가격표보다 제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태도를 읽고, 그 선택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신념을 표현한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디자인, 믿을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가 곧 경쟁력이 되는 이유다.실제로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제품 구매 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항목은 가격 비교(30.3%), 가성비(23.5%), 품질 및 성능(23.0%) 순으로 나타났다. ‘얼마나 싸게 샀는가’보다 ‘얼마나 잘 샀는가’를 따지는 소비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SPA(제조·유통 일괄형) 시장의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 한때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왜 이 옷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이 필요해졌다. 가격 경쟁을 넘어 가치 경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분위기다.
탑텐은 ‘굿웨어’의 아이콘으로 전지현을 선택했다. 탑텐 제공
흰 티셔츠와 데님만으로도 완성되는 패션
이 지점에서 눈에 띄는 브랜드가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의 탑텐(TOPTEN10)이다. 출범 이후 ‘굿웨어(Good Wear)’라는 철학을 내세워온 탑텐은 최근 이를 전면에 부각하며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매일 입어도 좋은 옷’이라는 기준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소재와 기능 개발을 통해 구체화돼 왔다. 쿨에어, UV 프로텍션, 수퍼스트레치 등 자체 개발 기능성 라인은 합리적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품질에서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배우 전지현을 브랜드 앰배서더로 선정하며 변화의 신호를 분명히 했다. 다만 이는 단순한 스타 마케팅이라기보다, 브랜드가 말해온 ‘좋은 옷’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압축한 선택에 가깝다. 흰 티셔츠와 데님만으로도 완성되는 단정한 일상성, 화려함과 절제를 동시에 갖춘 이미지가 탑텐이 지향해온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전지현은 이번 S/S 시즌 쿨에어, UV 프로텍션, 수퍼스트레치 등 기능성 라인을 중심으로 스타일링을 선보인다. 한국인의 체형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설계한 제품군으로, 브랜드가 오랜 기간 축적해온 핵심 라인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스타일 아이콘으로, 중장년층에게는 오랜 시간 친숙한 배우로 인식된다는 점 역시 특정 연령에 한정하지 않는 에이지리스 전략과 연결된다.
탑텐 관계자는 “전지현과의 협업은 브랜드가 지향해온 굿웨어 철학을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시도”라며 “합리적 가격을 넘어 일상에서 신뢰할 수 있는 품질과 디자인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가격의 시대에서 가치의 시대로. 소비자는 이제 옷 한 벌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말한다. ‘매일 입는 옷’에 기준이 생긴 지금, SPA 시장의 경쟁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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