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3월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사무실에서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 겸 CEO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와 다시 만났다. 지난해 10월 팔란티어가 서울에 열었던 팝업스토어 현장에 정 회장이 예고 없이 찾아와 회동한 지 3개월 만이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카프 CEO와 두 회사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2021년 HD현대오일뱅크 때부터 시작해 조선, 해양, 에너지, 건설기계 등에 적용해 왔던 팔란티어의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설루션을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로보틱스, HD현대마린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HD현대는 또 전사적 AI 전환을 위해 그룹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내 ‘AIX 추진실’을 출범하고 양사 협업을 위한 전략기획팀도 꾸렸다. 제조 현장의 생산과 안전 관리 및 사무 영역 전반에 AI를 이식하겠다는 목표다. 정 회장은 “이번 파트너십 확대는 그룹 전반의 데이터와 업무 흐름을 하나로 연결해 정교한 의사 결정으로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와 팔란티어처럼 글로벌 빅테크 혹은 거대 AI 기업과 한국 제조업체 수장이 수시로 만나 협업 관계를 탄탄히 굳히려는 시도가 최근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다. 지난해 10월 아 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 당시 ‘깐부 회동’을 가진 두 사람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 현장에서도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현장에서 정 회장은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만났고, 직후 현대모비스는 퀄컴과 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 및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달 14일에는 박민우 엔비디아 부사장이 현대차 미래플랫폼(APV) 본부장(사장)으로 전격 영입되기도 했다. 엔비디아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영입되면서 두 회사의 기술력 융합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도 한국 제조업계와의 협업에서 얻는 것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프트웨어 AI 기술력을 현실에 구현할 ‘물리적(피지컬) AI’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생산 시설과 역량을 가진 제조업계와의 협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기술력과 숙련공, 인프라가 모두 갖춰진 제조업 기반 국가는 한국 외에 찾기 어렵기 때문에 향후 한국을 찾는 빅테크 대표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정기선 회장은 다보스 포럼에서 주요 글로벌 리더들과 AI를 통한 산업 전환, 지정학적 변화에 따른 글로벌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에너지 산업 협의체 회의에도 참석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 환경 변화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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