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슈퍼볼 결승전보다 오레오 트윗’… 관건은 속도와 맥락

  • 동아일보

문화적 순간 포착하는 즉각 반응형 바이럴 전략
‘패스트버타이징’ 광고, ‘조직 유연성’이 전제 조건

2013년 미국 슈퍼볼 결승전에서 34분간 예기치 못한 정전이 있었다. 방송사들이 경기장을 배회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비추며 시간을 때우는 사이, 경기를 보던 수백만 명의 시청자는 트위터로 몰렸다. 오레오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정전이 발생한 지 몇 분 만에 어둠 속에 놓인 쿠키 이미지 한 장을 트윗으로 올렸다. 이미지엔 ‘정전이요? 문제없어요’라는 문구가 담겼다. ‘어둠 속에서도 여전히 우유에 쿠키를 찍어 먹을 수 있으니까요’라는 태그라인과 함께 말이다. 이 트윗은 유료 광고 없이도 약 5억2500만 회의 언드 미디어(입소문형 콘텐츠) 노출을 기록하며 대부분의 슈퍼볼 TV 광고보다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전통적인 광고 모델은 기획과 승인, 집행까지 수 주 혹은 수개월이 걸린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공적 담론이 초 단위로 전개되는 시대에 이렇게 느린 속도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브랜드가 망설이는 사이에 관심은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기회는 사라진다. 이 틈을 메울 해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패스트버타이징(fastvertising)’이다. 이슈가 발생한 바로 그 순간, 문화적 맥락에 맞는 메시지로 개입하는 즉각 반응형 바이럴 광고 전략이다.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Korea 1-2월호에 실린 패스트버타이징 전략 아티클을 소개한다.

‘청중이 곧 채널’… 같은 경험 공유하며 증폭

패스트버타이징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일회성 기교가 아닌 전략적 역량이다. 잘 맞아떨어진 패스트버타이징은 청중의 공감을 넘어 증폭을 끌어낸다. 브랜드가 비용을 들여 구매한 미디어가 아니라 소비자와 언론이 자발적으로 확산시키는 언드 미디어가 가치의 원천이 된다. 청중 자체가 유통 채널이 되는 셈이다.

패스트버타이징은 인간적 연결을 자극한다. 브랜드가 문화적 순간에 등장하면 소비자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인식이 생긴다. 브랜드는 더 이상 제품을 파는 주체가 아니라 대화에 참여하는 존재가 된다. 2019년 펠로톤의 연말 광고가 부적절한 톤으로 논란을 일으켰을 때 에비에이션 진이 단 며칠 만에 공개한 패러디 광고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펠로톤은 남편에게 펠로톤 자전거를 선물 받은 여성이 1년간의 변화를 기록하는 내용의 광고를 했다. 의도와 달리 광고는 여성에게 외모 관리를 강요하는 이야기로 읽히며 소셜미디어와 각종 뉴스 채널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에비에이션 진은 3일 만에 새로운 영상을 공개해 상황을 비틀었다. 펠로톤 광고에 등장한 여배우를 그대로 섭외해 두 친구와 함께 바에 앉게 했다. 충격에서 벗어난 표정의 여성은 에비에이션 진 칵테일을 마신다. 친구들은 “여긴 안전해”라며 그를 안심시키고, 세 사람은 “새로운 시작에”라는 말과 함께 건배한다. 이 장면은 에비에이션 진이 펠로톤 서사의 ‘탈출구’라는 점을 암시한다. ‘펠로톤’이란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공유된 문화 코드를 통해 농담을 완성했다. 이 영상은 유료 광고 없이도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며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다양한 미디어 매체에 폭넓게 보도됐다.

AI로 속도를, 인간적인 감각으로 맥락을

효과적인 패스트버타이징 광고를 하려는 기업은 5가지 핵심 원칙을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핵심은 속도다. 문화적 순간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타이밍 자체가 곧 메시지다. 순간을 놓치면 농담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브랜드의 개입은 뒤늦은 해설에 그친다. 수 주 혹은 수개월이 걸리는 전통적인 승인 절차를 거치고 나면 대화는 이미 끝난 뒤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실이 정리된 이후가 아니라 사건이 전개되는 바로 그 시점에 참여하는 것이다.

둘째, 관련성이 제품 가치를 능가한다. 오늘날 참여를 이끄는 힘은 완성도보다 문화적 근접성에 있다. 이케아가 ‘왕좌의 게임’ 의상을 자사 러그로 재현하는 DIY 설명서를 공개했을 때, 제작비는 거의 들지 않았지만 노출과 검색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빠르고 정확하게 상황을 읽은 콘텐츠는 고급 촬영이나 긴 기획 없이도 강력한 효과를 낸다.

셋째, 민첩성은 조직의 유연성에서 나온다. 패스트버타이징은 다단계 승인 구조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소규모의 자율적이고 교차 기능적인 팀, 명확한 권한 위임, 빠른 법무 검토가 가능한 체계가 필요하다. 준비된 조직만이 몇 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

넷째, 유머·겸손·인간미가 연결을 만든다. 사회적 비극이나 갈등에 무감각하게 끼어든 브랜드는 즉각 역풍을 맞는다. 상황을 정확히 읽고 실시간으로 올바른 톤을 잡아내야 한다. 때로는 침묵이나 자기 비하가 필요하며 혼란 속에서 유머를 통해 연결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한 것은 정확한 톤을 빠르게 조율하는 능력이다.

마지막 원칙은 실패가 필수라는 것이다. 모든 패스트버타이징이 바이럴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시도는 조용히 사라지고 만다. 성공하는 브랜드는 본능과 민첩성, 한 번의 완벽한 타이밍에 나오는 문화적 반향이 수십 개의 정교한 캠페인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믿는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은 이 흐름을 더욱 가속한다. 스크립트, 이미지, 영상 초안을 몇 분 만에 만들 수 있는 환경은 패스트버타이징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다. 다만 AI는 도구일 뿐이다. 타이밍의 미묘함, 유머의 경계, 감정적 함의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결국 AI로 속도와 확장성을 확보하되 사람의 감각으로 톤과 맥락을 걸러내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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