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월세로 거주하던 회사원 이모(32) 씨는 지난해 9월 강서구의 한 아파트를 생애 최초로 매수했다. 당시 6억5000만 원에 아파트를 사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까지 대출 한도를 꽉 채웠다. 이자가 부담되기도 했지만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지금 사지 않으면 집을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컸다. 이 씨는 “인근의 월세도 100만 원 수준까지 올라 월세를 내느니 집을 사서 이자를 갚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서울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지난해 생애 처음으로 집합건물(아파트, 빌라, 오피스텔)을 매수한 사람이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서울 공급 부족 우려 등으로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생애 최초 집합건물을 매수한 인원은 6만1144명으로 지난해(4만8493명) 대비 약 26.1% 증가했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던 2021년(8만1412명)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연령대별로는 30∼39세가 3만47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49세(1만3858명), 19∼29세(6504명), 50∼59세(6417명) 순이었다. 20, 30대가 전체의 72.5%를 차지하며 매수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서울에 아파트를 산 1인 가구 정모 씨(36)는 “전세 기간 만료로 이사 갈 집을 알아보다가 생애 최초면 취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고, 집값은 더 오를 것 같아 매수를 결정했다”고 했다.
구별로 생애 최초 매수자가 가장 많았던 곳은 송파구(3851명)였다. 이어 동대문구(3842명), 강서구(3745명), 노원구(3743명), 강동구(3400명), 은평구(3207명), 영등포구(3181명) 순이었다. 강남권인 송파구를 제외하면 중저가 주택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매수자가 많았다. 강남구(2254명), 서초구(2186명), 용산구(1246명)는 상대적으로 매수자가 적었다.
월별로는 6월이 7192명으로 연중 매수자가 가장 많았다. 이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 가능 액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막판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생애 첫 매수자가 늘어난 것은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동향 기준 2025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8.71%로 2012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았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지역이 확대됐지만, 생애 최초 주택구입은 LTV 70%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저금리 정책대출도 있어 상대적으로 20, 30대가 자금 마련에 더 용이했다는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집값 오름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도 무주택자인 30대들이 정책대출과 증여 등의 방법을 통해 집을 사려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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