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대신 백화점, 명품 대신 ‘올다무’… ‘新유커’가 온다

  • 동아일보

유커 무비자 입국 한달, 새 소비 트렌드
삼삼오오 K뷰티 매장 등서 인증샷… 백화점 K패션 매출 12배 늘기도
무신사 명동점 中고객 66% 급증… K푸드 체험 편의점도 특수 누려

28일 오후 국내 패션 브랜드 ‘마뗑킴(Matin Kim)’ 서울 명동점 매장에는 올리브영, 무신사 등 각종 K브랜드 쇼핑백을 든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거울 앞에서는 가방을 메본 이들이 “퍄오량(漂亮·예쁘다)”을 외치며 사진을 찍거나, 마땡킴 영문 로고가 새겨진 재킷과 모자를 착용해 보느라 분주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중국인 쉬즈예 씨(22)는 서툰 한국어로 “샤오훙수(중국 인스타그램)에서 마뗑킴, 오픈와이와이 같은 한국 브랜드 사진을 보고 디자인이 ‘쿨’해서 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 무비자 입국이 한 달째에 접어든 가운데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모습이 달라졌다. 단체로 버스를 타고 와 면세점에서 물건을 쓸어 담던 유커의 모습은 이제 많이 사라졌다. 대신 삼삼오오 K패션이나 K뷰티 매장을 찾거나 유행하는 브랜드 팝업 매장을 찾아 인증샷을 남기고 체험을 즐기는 ‘신(新)유커’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이달 1∼26일 기준 롯데백화점의 전년 동기 대비 중국인 고객 매출 신장률은 40%였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 26.7%(외국인 전체 기준) 늘었다.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에선 ‘마뗑킴’, ‘마르디메크르디’ 등 K패션·디자이너 브랜드 매출이 전년 대비 12배 늘었다.

‘올다무(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로 불리는 도심형 유통 채널도 신유커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은 9월 29일∼10월 21일 중국인 고객 거래액이 전월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다이소의 이달 1∼26일 기준 해외 카드 결제 금액은 전년 대비 35%, 결제 건수는 20%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감성 소품’이나 미니어처 상품을 기념품처럼 구매한 데 따른 것이다.

편의점도 신유커 특수를 실감하고 있다. K푸드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편의점이 관광 명소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이달 1∼26일 중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101% 늘었다. GS25는 알리페이·위챗페이 결제 기준 매출이 78% 뛰었다. 세븐일레븐 역시 같은 기간 중국인 매출이 60% 늘었다. 떠먹는 요거트(3배), 김스낵(5배), 이너뷰티(4배) 등 ‘가볍게 즐기는 체험형 간식’이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

반면 전통 강자였던 면세점과 여행업계는 아직 ‘유커 특수’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의 중국인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지만 1인당 객단가가 낮아 매출 증가 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면세점은 무비자 입국 시행 이후 중국인 방문객이 90%, 매출은 40% 늘었지만 주로 정부 기관, 기업 등 MICE(기업 회의, 포상 관광, 컨벤션, 전시회) 단체 중심이었다. 여행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보다 단체 상품 가격이 크게 올라 일본 등 대체지를 택하거나 자유·개별 여행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했다.

중국인의 쇼핑 트렌드가 바뀐 것이 이 같은 변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 이후 중국 내 중산층의 소비력이 위축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경험 중심 소비’와 ‘가성비 소비’가 뚜렷해진 것이 ‘신유커’ 트렌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 이전 유커들은 한국 면세점에서 명품을 쇼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소비 패턴이었지만 최근 중국의 내수 부진으로 가성비 제품과 체험형 소비를 선호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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