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10년과 올해 국내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중 ‘한국이 중국보다 기술 경쟁력이 앞선다’는 응답 비교. 자료제공 = 대한상공회의소
“천문학적 자본을 쏟아붓는 중국 기업의 기술 추격이 무섭다. 한국에서는 특허 출원에서 등록까지 족히 2년은 걸리는데, 중국은 1~2개월이면 마친다.”(국내 2차전지 대기업 임원)
과거 한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을 기술력으로 따돌려 왔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는 위기 의식이 산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정부 주도로 막대한 투자에 나서면서 한국 제조업을 기술 경쟁력 차원에서도 앞지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7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중 산업경쟁력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중국보다 기술 경쟁력이 앞선다”고 답한 국내 기업은 32.4%에 불과했다. 지난 2010년 같은 조사에서는 한국이 중국보다 기술 우위에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89.6%였지만 15년 만에 이 비율이 57.2%포인트 급감했다. “한중 기업 간 기술 경쟁력 차이가 없다”는 응답은 45.4%나 됐고, 아예 “중국이 앞선다”는 답변도 22.2%에 달했다.
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한국산에 비해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설문 응답 기업의 84.6%는 “우리 제품이 중국산에 비해 비싸다”고 답했다. 중국산 제품이 국산 제품보다 30% 이상 저렴하다고 답한 기업은 53%에 달했다. ‘중국산이 30% 이상 저렴하다’고 응답은 디스플레이, 제약·바이오, 섬유·의류 업종에서 많았다.
한중 기업의 생산 속도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중국이 빠르다”는 답변은 응답 기업의 42.4%로 “한국이 빠르다”(35.4%)는 답변을 넘어섰다. 중국 산업의 성장이 3년 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 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한국 기업의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답변이 69.2%를 차지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국은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정부 주도 기금 등 막대한 보조금을 제조업에 쏟아 붓는 반면, 한국은 세액공제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공제율이 낮아지는 역진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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