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정보는 ‘10’ 같은 숫자와 ‘십’ 같은 숫자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런데 똑같은 단백질 제품을 광고하고 전달하는 정보가 동일하더라도 ‘10그램의 단백질’로 표현하는지, ‘십 그램의 단백질’로 표현하는지에 따라 소비자 판단과 행동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와 미국 미주리대 등 공동 연구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숫자 표현 방식이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지를 비교해 봤다. 이를 위해 6개의 실험과 2개의 온라인 광고 캠페인을 시도하고 아마존에서 수집한 7000만 건 이상의 리뷰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소비자가 숫자 단어보다 실제 숫자로 된 정보를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행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를 ‘숫자 형식 효과(number format effect)’라고 명명했다.
이 효과는 소비자가 숫자로 제시된 정보를 더 적합한 방식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발생한다. ‘더 올바르다는 느낌’이 소비자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우리는 수학적 학습과 계산, 일상적 기기 사용을 통해 알게 모르게 숫자가 정확성과 신뢰성을 상징한다고 여긴다. 따라서 같은 수치라도 숫자로 제시될 때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연구진이 페이스북 광고 캠페인을 통해 같은 정보를 노출했을 때 숫자를 사용한 광고가 더 높은 광고 클릭률(CTR)을 보였다. 이와 유사하게 아마존 소비자 리뷰 데이터 분석에서도 숫자를 포함한 리뷰가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더 많이 받았다. 반대로 숫자 단어를 포함한 리뷰는 아무런 숫자 정보를 제시하지 않은 리뷰보다도 표를 적게 받았다.
이 과정에서 출처에 대한 신뢰도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숫자로 된 정보를 선호하는 효과는 출처의 신뢰도가 낮을 때 더 강하게 나타났고 신뢰도가 높을 때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이는 신뢰가 낮을수록 소비자가 형식적이고 표면적인 단서에 의존해 선택을 내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소비자의 판단이 인지보다 감정의 영향을 받을수록 숫자 선호 경향이 강해졌다.
이 같은 결과는 마케터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적절한 숫자 형식 선택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숫자 단어가 문법적으로 적절하거나 시각적으로 돋보인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이는 자칫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줄이고 마케팅 노력을 저해할 위험이 있어 가능한 한 실제 숫자를 사용하는 편이 좋다. 특히 새로운 브랜드나 신뢰가 확립되지 않은 메시지를 전할 때 숫자의 사용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마케팅 관행에 회의적인 경우가 많고 불신이 크기 때문에 더욱 정확하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숫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제품을 소개하는 게 효과적이다. 아울러 이 연구는 소비자 스스로도 숫자 형식이 불러올 수 있는 편향을 인지해야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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