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현대의 믹스매치 ‘네오 부르주아’의 화려한 귀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패션 NOW]
70년대 佛 상류층 여성 스타일…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작용
리본-스카프 핵심 아이템 코디… 패션에 생기 불어넣는 트렌드

고전적인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네오 부르주아’가 최근 패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벨벳 재킷에 풀 스커트와 챙이 넓은 모자를 매치한 2020년 디오르 컬렉션(왼쪽 사진),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서 새틴과 벨벳 소재를 믹스한 드레스 룩을 선보인 발렌티노(가운데 사진), 캐주얼 아이템을 믹스 매치한 샤넬. 각 브랜드 제공
고전적인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네오 부르주아’가 최근 패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벨벳 재킷에 풀 스커트와 챙이 넓은 모자를 매치한 2020년 디오르 컬렉션(왼쪽 사진),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서 새틴과 벨벳 소재를 믹스한 드레스 룩을 선보인 발렌티노(가운데 사진), 캐주얼 아이템을 믹스 매치한 샤넬. 각 브랜드 제공
Y2K의 열기가 가라앉고 조용한 럭셔리 시대를 지나온 지금, 잊힌 듯 숨죽였던 또 하나의 고전이 화려하게 돌아왔다. 바로 ‘네오 부르주아’다. 호화롭고 번쩍이는 것이 미덕이던 1970년대 프랑스 상류층 여성들이 즐겨 입던 고전적인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부르주아 패션이 다시 트렌드 판도를 흔들고 있다.

부르주아를 상징하는 리본이나 자보 장식, 화려한 패턴, 잘록한 허리 라인 아래로 이어지는 풍성한 실루엣 같은 클래식 요소들이 런웨이를 가득 메우며 과거의 우아함을 동시대의 시선으로 소환한다. 이는 단순한 복고적인 움직임이 아니다. 한동안 이어진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작용이자 고전적 아름다움을 향한 본능적인 회귀로 해석할 수 있다.

2019년 셀린느를 이끌던 에디 슬리만은 이 흐름을 누구보다 날카롭게 짚어냈다. 당시 그는 자보 장식 블라우스에 더블 브레스트 재킷과 골드 엠블럼 벨트를 매치한 다채로운 피스들을 통해 1970년대 고유의 부르주아 유산을 하이패션의 언어로 재해석했다. 지금의 네오 부르주아 트렌드를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2020년 디오르 컬렉션에서도 비슷한 징후가 포착됐다. 고급스러운 벨벳 재킷에 발목 길이의 풀 스커트나 드레스를 매치하고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한 디오르 걸들은 1970년대 특유의 여유롭고 품위 있는 무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과거의 우아함에 대한 동경, 현대적 세련미가 맞물려 탄생한 네오 부르주아는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매혹적인 스타일 코드로 기능하고 있다.

발렌티노의 올해 봄여름(SS) 컬렉션에서도 드러나듯, 이번 시즌 네오 부르주아는 과도한 장식은 덜어내고 기존의 고정 관념을 벗어난 자유로운 믹스 매치로 변주된 모습이 특징이다. 특히 새틴과 벨벳 소재를 믹스한 발렌티노의 드레스 룩은 그 자체로 고전적인 품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여기에 리본 장식과 오버사이즈 햇, 레이스 장갑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전체적인 무드를 극대화했다. 샤넬은 캐주얼 아이템을 믹스 매치하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압도적인 실루엣의 깃털 장식 케이프에 데님 팬츠 같은 캐주얼 아이템을 믹스 매치했다. 서로 상반된 요소들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신비로운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로에베와 미우미우도 각각의 방식으로 트렌드에 동참했다. 로에베는 플라워 패턴을 가미한 구조적인 햄 라인 드레스로 쿠튀르 감성을 한 방울 떨어뜨렸고, 미우미우는 스포츠 브라 톱 위에 로맨틱한 튜브 톱 드레스를 겹쳐 입는 식으로 애슬레저 감성을 녹인 세련된 부르주아 룩을 제안했다. 앤 드뮐미스터(데묄레메이스터르)는 고풍스러운 자보 장식 블라우스에 남성적인 테일러드 재킷을 매치하며 젠더 뉴트럴 무드를 연출했다. 생 로랑은 푸시 보 블라우스를 중심으로 네오 부르주아 무드를 이끌었다. 풍성한 깃털 장식 드레스와 메탈릭한 재킷으로 부르주아의 풍모를 잘 살린 알렉산더 맥퀸, 폰초 스타일 블라우스에 폴카 도트 패턴 팬츠와 오버사이즈 햇으로 모던한 부르주아 룩을 그려낸 루이뷔통, 물결치는 러플 톱과 미디 스커트, 니트 카디건의 조합으로 클래식과 스트리트의 경계를 넘나든 프라다까지 한결 유연하고 자유로운 면모를 드러냈다.

리얼 웨이에서도 네오 부르주아의 기세는 이어지고 있다. 2025년 멧갈라 애프터 파티에서 리애나가 선보인 핀 스트라이프 소재의 코르셋 드레스는 가히 파격적이었다. 쇼트 재킷과 모자, 도트 스카프를 더해 우아하면서도 어딘지 반항적이기까지 한 그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이날의 베스트 드레서에 오른 블랙핑크 제니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고전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전통적인 부르주아 룩으로 레드 카펫을 밟으며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애프터 파티에서는 관능적인 블랙 레이스 셋업에 각진 형태의 모자를 더해 한결 정제된 네오 부르주아 스타일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도 했다.

일상에서 네오 부르주아를 즐기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특별한 드레스 업 없이 상징적인 키 아이템 몇 가지만으로도 분위기는 충분히 달라진다. 이를테면 블랙 슈트에 셔츠 대신 리본 블라우스를 매치하거나, 스카프를 하나 더하는 정도여도 된다. 스타일링의 핵심은 클래식 요소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그 안에서 나만의 균형을 찾는 것에 있다. 패션에 생기를 불어넣는 네오 부르주아 트렌드가 우리의 옷장과 상상력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든다.

#네오 부르주아#럭셔리 스타일#패션 아이템#스타일링 팁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