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국내에 이어 해외 폐기물 처리 사업도 정리한다. 그룹 차원에서 고강도로 진행 중인 리밸런싱(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이달 초 말레이시아 최대 폐기물 처리 업체 센바이로의 지분 30%를 매각하기 위한 입찰을 실시했다. 수처리·폐기물 분야 세계 1위인 프랑스 베올리아와 맥쿼리한국인프라펀드, 아이스퀘어 등의 사모펀드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SK그룹은 사업 재편 과정에서 증권사나 회계법인의 도움 없이 입찰을 직접 진행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5월 센바이로 지분을 취득하며 말레이시아 폐기물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현지 국부펀드 카자나가 센바이로의 최대 주주인 점을 고려하면 말레이시아라는 국가와 접점을 만들었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컸다. 하지만 지분 인수 3년여 만에 다시 매각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SK그룹이 국내외 폐기물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SK는 2020년 1조5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수처리·폐기물 자회사 리뉴어스, 폐기물 매립 회사 8곳을 8256억 원에 인수한 뒤 합병시키며 탄생한 리뉴원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단순한 폐기물 소각, 매입 업체들을 모두 정리하려는 수순”이라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환경 관련 사업은 리사이클링(재활용)만 남겨두는 방향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폐기물 산업 성장성이 저조한 점도 이번 거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폐기물 업계 고위 관계자는 “폐기물업 관련 규제, 진입 장벽, 기존 사업자 카르텔 등을 고려할 때 폐기물 산업의 생태계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복잡한 편”이라며 “(SK그룹이) 폐기물 업체를 연달아 인수하기 전에 사업 타당성을 보다 상세히 분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SK는 폐기물 사업을 매각하려는 것이 사업 재편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해부터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주도하고 있는 고강도 리밸런싱의 연장선이라는 얘기다. 이를 통해 SK는 미래 먹거리에 집중하는 동시에 일부 계열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려 하고 있다. 앞서 SK엔펄스·넥실리스 일부 사업부뿐 아니라 SK스페셜티·렌터카 등 알짜 자산까지 매각한 바 있다.
특히 시장에서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이 잇따랐던 과거 ‘문어발식 투자’에 대한 자금 회수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센바이로 지분을 비롯해 매각 대상에 포함된 폐기물 자회사들은 SK가 인수한 지 5년도 채 안 됐다. 그룹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을 위한 ‘군살 빼기’에 사활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SK그룹의 생각보다) 폐기물 산업의 성장성이 떨어지니 다시 매각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군 위주로 재편하려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처럼 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대기업은 많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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