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 판치는 한국] 〈하〉 내부통제 강화 고심하는 금융권
은행들, 친인척 정보 등록 도입 나서… 개인정보 등록 강제할수 없어 한계
동의받아야 하는데 노조 반발 거세
친인척, 전현직 직원이 연루된 부당대출이 급증하는 등 ‘인적 고리’가 허점으로 지적되자 은행들이 임직원 친인척 정보를 확인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보 확인 범위, 노조의 반대, 현행법 등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한계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대규모 부당대출이 드러난 IBK기업은행, 우리은행은 임직원의 대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기업은행에서는 전현직 임직원 부부와 동기, 친인척이 연루된 882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적발된 바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730억 원 규모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곤욕을 겪었다.
기업은행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발 방지를 위해 임직원 친인척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기로 했다. DB 구축 친인척 범위는 △임직원의 배우자 △임직원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임직원과 배우자의 형제·자매다. 친인척의 이름과 생년월일·연락처 등을 등록하는 게 목표다. 지점장 이상 총 960명이 대상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점장 이상 임직원으로부터 친인척 정보를 제공받고자 문서의 문구들에 대해 법적 검토를 받고 있다”며 “이르면 상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1월부터 그룹 임원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방지를 위한 친인척 개인(신용) 정보 등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룹사 임원 190명이 대상이며 현재까지 친인척 1000여 명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사가 제공한 인터넷주소(URL)를 통해 동의받는 형식으로 형제, 직계존비속이 대상자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부당대출 사고가 터졌던 은행들의 친인척 DB 구축에 대해 의구심도 제기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를 제공받고 이용하려면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강제할 수 없어 일시적인 보여주기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20년 기업은행 직원이 감시망을 피해 76억 원을 가족 명의로 대출받는 등 ‘셀프 대출’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이 임직원 가족 대출 관리 시스템 개발을 추진했지만 1년 만에 무산된 바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한계로 사전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고 시스템 구축을 중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들이 일선 현장 팀장급 이하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임직원 친인척 DB 구축 방안의 한계로 지적된다. 실효성 확보를 위해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친인척 DB 구축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는 일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승진을 앞둔 임직원들도 동의를 꺼리는데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강제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직원, 친인척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본인들이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대상자를 넓히는 건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친인척으로부터 개인정보를 동의 받을 시 해당 임직원의 업무상 오류를 일부 면책 받을 수 있는 방안 등 당근책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반발이 크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은행 관계자는 “개인 동의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면서 “직원 동의를 얻기 위한 금융 당국 차원의 모범 규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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