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달러 강세에 금리 동결 가능성
한은, 16일 올해 첫 금통위 앞두고
‘경기부양 vs 금융안정’ 선택 딜레마
작년 12월 계엄에 RP 47조원 매입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따른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1470원대로 올랐다. 환율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은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출렁이는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47조 원 이상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연간 총액보다도 많은 규모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8원 오른 1470.8원으로 장을 마쳤다.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올해 첫 1470원대로 올랐다. 또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한국 국채 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 것은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전망을 상회하며 달러가 강세를 보인 탓이다. 10일(현지 시간) 한국 시장이 장을 마친 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비농업부문 고용자 수는 전월 대비 25만6000명 늘었다. 16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미국의 경기 호조가 이어진다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서둘러 금리 인하에 나설 이유가 줄어든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9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증가했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금리 인하가 미뤄질 기미에 13일 달러인덱스도 전 거래일 대비 0.19포인트 오른 109.84까지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요동치는 원-달러 환율에 16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인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상계엄·탄핵 사태를 거치며 위축된 소비·투자 등 내수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미 연준이 동결한 와중에 한은만 금리를 인하할 경우 금리 격차가 더 벌어져 원-달러 환율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부양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현재는 우선 환율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환율이 안정된 뒤 금리 인하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건설 투자, 소비 침체 등 내수 경기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우선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이 지난해 연간 최대 규모인 106조1000억 원의 RP를 매입했는데 이 중 45%가 12월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해 1∼11월 58조5000억 원, 12월 47조6000억 원의 RP를 매입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시장에 유동성을 불어넣기 위해 한은이 RP를 매입한 것이다. 47조6000억 원은 코로나 팬데믹이던 2020년 연간 RP 매입액(42조3000억 원)을 뛰어넘은 규모다. 이를 두고 한은은 “RP 매입으로 공급된 유동성은 매매 기간 이후 회수되기 때문에 부작용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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