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패권국 ‘야심’에도…中 반도체 굴기 지속 전망

  • 뉴시스
  • 입력 2024년 4월 9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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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93조원 들여 '첨단산업' 자립화 노력 지속 중
美 견제에도 "中 2026년 최대 반도체 생산국" 전망
美 '보조금 살포' 이후 중국 투자 제동 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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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전 세계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을 빨아들여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을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야심을 노골화한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향한 의지도 강고해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보조금 살포’에 나서자, 중국도 자국 첨단기술 기업 육성을 위한 금융 지원에 나서며 반도체 자립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PBOC)은 지난 7일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과학기술 혁신, 기술 개조, 장비 업그레이드 등 지원 목적으로 자국 기업들에 총 5000억위안(704억7000만 달러) 규모의 ‘특별 재대출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대출은 개발 초기 단계나 성장 단계에 있는 첨단 산업 분야 중소기업에 대해 신용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자율은 1년 만기 1.75%다. 1년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디지털화, 스마트화, 첨단화, 친환경화를 위한 기술 혁신과 장기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의 압박에도 첨단기술 분야의 투자와 육성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중국이 내수 침체로 쌓인 재고를 헐값에 수출해 불공정 무역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방중 기간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거론했을 정도다. 중국은 미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을 노골적으로 훼방을 놓자, 범용(레거시) 기술을 개발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 2026년 반도체 최대 생산국”…美 보조금에 판도 바뀔까
양국의 ‘강 대 강’ 대결 구도의 향방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다만 미국의 견제에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노메타 리서치(Knometa Research)는 각국의 팹(공장) 건설 및 확장 계획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중국이 오는 2026년 한국과 대만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IC(집적회로) 웨이퍼 생산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지난해 말 반도체 생산능력 점유율은 19.1%로 한국(22.2%)과 대만(22.0%)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어 일본(13.4%), 미국(11.2%) 등 순이다.

보고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제재가 중국 기업들의 첨단 공정 기술 개발 및 설비 구축 노력을 방해하고 있지만, 중국은 향후 몇 년 동안 웨이퍼 생산능력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중국은 2026년 22.3%의 점유율로, 같은 기간 한국(21.3%)과 대만(21.0%)에 앞서리라는 것이 보고서의 전망이다.

중국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배경으로는 미국이 대중국 수출 제한에 따른 글로벌 기업들의 피해를 경감하기 위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Validated End User)’ 조치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UMC 등 중국에 공장을 운영 중인 기업들이 무역 제재를 일단 피한 점이 꼽힌다.

특히 중국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으로 미중 갈등 상황에서도 투자가 꾸준한 상황이다. 지난달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도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중국 시안에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공정을 담당하는 생산 설비를 착공한 상태다.

다만 올해부터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생산능력 확장에는 제동이 걸릴 공산이 크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지급일로부터 10년 동안 중국 등 우려국가의 반도체 제조 설비에 대한 투자가 제한된다.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이상, 이전 세대의 범용 반도체는 10% 이상 확장하면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 중 인텔과 TSMC가 각각 85억 달러, 66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으며, 삼성전자도 60억~70억 달러 수준의 보조금이 예상된다. 미국 인디애나주 서부 웨스트라피에트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는 SK하이닉스도 미국 정부에 반도체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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