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모녀, ‘OCI통합 반대’ 형제 해임… 국민연금 선택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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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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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지분 확보 뒤처진 송회장 모녀
형제에 대여금 266억 상환도 요구
28일 주총서 이사진 선임안 표 대결

한미약품그룹이 25일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해임했다. 이와 동시에 임 형제 측과 대립 중인 누이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OCI와의 통합으로 상속세 관련 오버행(잠재적 과잉 물량 주식) 이슈를 제거해 주주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경영권을 결정짓는 정기 주주총회(28일)를 앞두고 지분 12.15%를 가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 형제의 손을 들어주자 적극적인 개인 주주 설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그룹은 25일 “임종윤·종훈 두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손해를 야기했다”며 두 사장의 해임을 발표했다. 현재 한미약품은 고 임성기 선대 회장의 장·차남과 아내·딸이 대립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임주현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조직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오랜 숙고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임주현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계속 강조한 부분은 상속세로 인한 오버행 리스크를 제거해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임 사장은 “지난해 한미약품은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이 결과가 상속세 리스크로 주가에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OCI와의 통합을 통해 리스크를 제거하고, 3년간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보호예수를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역시 “우리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을 팔 이유가 전혀 없다. 예탁결제원에 직접 보호예수를 신청하겠다”고 단언했다.

동시에 임주현 사장은 임 형제 측에 “대량의 지분 매각 외에 어떤 방법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 자금 출처는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내년까지 송 회장과 삼남매는 약 2700억 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현재 임종윤 사장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한 금액은 약 1730억 원으로, 연간 이자만 100억 원 규모다. 임주현 사장은 “오빠(임종윤 사장)에게 무담보로 빌려준 대여금 266억 원이 있다. 즉시 상환을 요구했으며 대여금 반환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라고 했다.

양측은 28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각자가 추천한 이사진 선임안을 두고 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현재 송 회장 측이 확보한 우호 지분은 약 35%다. 임 형제 측의 우호 지분은 기존에 30% 정도였지만 신동국 회장이 임 형제를 지지하며 약 40%까지 늘었다.

현재 임주현 사장 측에 남은 것은 7.66%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방침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서로 갈리고 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중 한국ESG기준원은 임종윤 사장 측의 이사 선임안을 권고했으며, 서스틴베스트와 글로벌 자문사 글라스루이스는 모녀 측이 제안한 이사진 선임안을 권고했다. 임주현 사장은 “통합 후 공격적인 자사주 매각, 소각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소액 주주 친화 정책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한미약품 모녀#oci통합 반대#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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