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첫 연간 흑자… 中 이커머스와 경쟁-국내 갈등 해소 과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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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매출 32조 영업익 6174억 기록
와우회원 1400만명… 1년새 27%↑
쿠팡이츠-쿠팡플레이도 2배 성장
김범석 “고객 ‘와우’ 경험이 성장토대”

쿠팡이 지난해 6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면서 2010년 창사 이래 13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28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31조82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늘었고, 영업이익은 6174억 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은 역대 4분기 최대치인 8조6555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쿠팡은 2022년 3분기(7∼9월)에 처음으로 분기 영업흑자를 낸 이래 6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쿠팡 측은 로켓배송 등 자체 서비스의 수익성 확대가 실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의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상품·가격·서비스 전반에 걸쳐 고객에게 ‘와우’ 순간을 선사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성의 토대가 됐다”며 “장기적인 주주 가치의 기반이 되는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했다”고 말했다.

김범석 의장
김범석 의장
김 의장은 현금 창출을 통한 재정건전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성장 사업에 4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후에도 잉여 현금 흐름 창출은 18억 달러에 달하며 현재는 55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즈니스에 유의미한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하기까지 다년간의 투자와 끈기, 인내가 필요한 과감한 시도이자 새로운 역량이 바로 로켓배송”이라고 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유통시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쿠팡의 구독 서비스와 고객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22년 말 1100만 명이던 로켓와우 회원은 지난해 말 기준 1400만 명으로 27% 늘었다. 제품을 분기에 한 번이라도 산 활성고객 수는 지난해 1분기(1∼3월) 1901만 명에서 4분기 2100만 명으로 늘었다. 대만 사업,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성장사업 매출도 전년과 비교해 2배 성장했다.

김 의장은 “한국과 대만의 소매시장에서 쿠팡 점유율은 매우 낮으며, 이 지역에서 막대한 잠재력을 포착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미래이자 우선순위”라며 “‘고객 와우 경험’을 위한 노력에 끈질기게 전념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묻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물류센터 투자로 적자가 누적되며 버틸 수 있을지 우려됐던 쿠팡은 현재 매출 기준으로 국내 1위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쿠팡은 이미 지난해 이마트와 롯데쇼핑 매출을 넘어섰다.

첫 연간 영업이익을 내면서 성과를 거둔 쿠팡에는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등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산 이커머스와의 경쟁이 과제로 남아 있다.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따르면 1월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애플리케이션 설치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7.8%, 1020.5% 성장했다.

알리 익스프레스는 한국 상품 판매 전용 공간 ‘K베뉴’를 설치하고 아모레퍼시픽, 동원F&B 등 국내 제조사들의 상품을 공격적으로 입점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CJ제일제당 등 쿠팡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제조사들이 알리 익스프레스에 입점할 경우 쿠팡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유통업체들과의 갈등도 남아 있다. 쿠팡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수수료율 공개 등으로 타 유통업체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실제 11번가는 지난달 15일 ‘쿠팡이 수수료율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수수료율을 왜곡했다’며 쿠팡 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성장세가 큰 중국산 커머스의 점유율이 10%를 넘으면 쿠팡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C커머스의 성장이 공고해지기 전 국내 시장을 다지고 해외 사업에서 실적을 내 ‘아시아의 아마존’을 지향하는 전략이 (쿠팡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쿠팡#영업이익#국내 갈등#중국 이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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