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유일하게 수배전반 우수제품 인증… 향토기업 육성 필요성 쓴소리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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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파워텍

제주시 화북동에 위치한 ㈜에코파워텍 본사.
제주시 화북동에 위치한 ㈜에코파워텍 본사.

㈜에코파워텍은 국내 전력 인프라 융복합 기술 선도 기업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 및 수배전반 분야의 제조 및 설비, 유지보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에코파워텍은 전력 인프라의 안정성 극대화를 위한 융복합 기술을 개발해 제주도 전력계통 분야 최초로 수배전반 시스템 조달 우수 제품에 지정됐다. 분전반 및 빌딩 자동 제어 시스템이 조달청 혁신 제품으로 지정됐는데 조달청의 우수 제품 인증은 전국에서도 1년에 3∼4곳에 불과할 정도로 깐깐한 심사로 정평이 나 있다. 현재 국내 특허 18건, 해외 특허 9건 등 다수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주도 수배전반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에코파워텍에서 개발한 수배전반 기술은 고장이나 화재 발생 위험을 사전 감지할 수 있는 지능형 전력 설비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에코파워텍의 수배전반 시스템은 지진을 감지해 리히터 규모 최대 8.3의 강진에 대한 내진 성능까지 검증받았다. 국내는 물론 미국 국제기준 내진 시험까지 통과했다. 또한 에코파워텍은 자사 수배전반 시스템이 설치된 제주도 내·외 모든 건물의 전력 계통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통합 관제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한편 에코파워텍의 관계 기업인 ㈜대은은 최근 사명을 ㈜이투지(E2Z)로 변경하면서 공격적으로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투지는 신재생에너지 분야 기술 개발에 나선 제주 지역 기업이다.


송기택 에코파워텍 대표(사진)는 제주 지역의 제조업 분야의 성장을 고민하는 기업인으로서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제주 지역에서 제조업의 동반 성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제주는 제조 기반 기업의 성장이 취약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제주는 5인 이하 기업이 87.8%에 이른다. IT 기업들이 몰려 있는 판교처럼 시너지 효과를 만들기 어렵고 연구 인력을 채용하기도 힘들다. 제대로 된 시험 기관도 없고 특허를 맡아줄 변리사 사무실도 전무한 실정이다.

송 대표는 “1999년도에 감귤 농장 창고에서 사업을 시작해 올해로 23년째 사업 중이다. 아직도 제주에서 제조업을 하며 성공하는 게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체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서 추진 중인 ‘지역혁신 선도기업’에 선정된 것은 영광이지만 후발 주자들과 기술을 공유하며 발전해나갈 수 있으려면 몇 가지 개선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제주 기업을 제주 지역 내에서 육성하려는 정책 의지가 부족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제주 성산 2공항의 경우와 4월 착공을 앞둔 도두 제주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을 대표적인 사례라고 꼽는 도내 기업인들이 많다.

제주시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위치한 ㈜이투지 사옥.
제주시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위치한 ㈜이투지 사옥.
공항 건설 공사의 경우 턴키 방식의 발주가 실시되면 대기업들이 들어와 기초 설계를 한다. 공항이 들어오면 제주 기업들이 상생할 것으로 보였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 일각에선 “제주시에서는 공동 도급이라고 해서 생색을 내지만 일부 공사에만 20∼30%가량 참여할 뿐 물품은 아예 빠져 있다. 제주 공항 건설 사업에 어떤 기업들의 자재가 들어가는지 면면을 보면 제주 기업들은 배제돼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사비 3927억 원 규모로 진행되는 도두 하수종말처리장 현대화 사업에도 제주 기업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중소기업 간 경쟁 물품으로 반드시 분리 발주하게 돼 있어 제주 지역 기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였으나 이 역시 그렇지 않다는 것. 도청에서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아 제주 기업만 결국 소외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내륙 기업이 제주 공사를 독식하다시피 하는 상황에 대해 도청 차원의 항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에코파워텍이 제주 최대 규모로 납품한 제주 신화월드 현장.
㈜에코파워텍이 제주 최대 규모로 납품한 제주 신화월드 현장.
송 대표는 “도두 하수처리장은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으로 만들어냈고 총사업비 3927억 원 중 국비 1840억 원, 도비 2087억 원 예산으로 이뤄지는 공사임에도 제주 조달 우수 제품이 쓰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주 내 기업이 제주 공사에 납품하는 것이 지역 기후, 특성을 고려한 내구성, 품질, 유지 관리 면에서 좋다는 것은 입증된 것”이라고도 했다. 지역 내 기업 조달 우수 제품을 써야 한다는 강력한 쿼터제 시행이나 총공사비의 일부를 지역 기업이 가져갈 수 있게 하는 등 지역 기업 육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송 대표는 “자재 공급, 물류비 등 불리한 여건 속에서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해 조달 우수 제품으로 지정받고 도내 소기업과 스타트업 기업들이 이를 보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제주에서도 수배전반, ESS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에코파워텍은 신화역사공원 내 수배전반 사업에서 90억 원을 수주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그는 이를 두고 지역 기업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이나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 민간 사업으로 확장하기보다는 관급 공사에 더 집중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도내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력 과잉 공급 문제가 생겨 셧다운 하는 출력 제한 조치가 있는데 이 때문에 에너지 저장 관련해 도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점에 대해선 감사를 표했다. 도내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에도 더 많은 공을 들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송 대표는 대기업과 협력해 내륙 진출을 앞두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는 에너지를 얼마나 잘 저장하고 신속하게 보내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관련해서 전 정부와 현 정부의 기조는 지엽적인 부분에서는 지향점이 다를지 몰라도 크게 보면 같다고 본다. 앞으로도 신재생에너지 관련해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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