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 ‘영에이지’… 감각적 이름 앞세운 ETF, 눈길 끄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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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증시 불안속 ETF 인기 상승
2년새 상장상품 3배이상으로 늘어
운용사 ‘작명’ 공들여 마케팅 경쟁
“화려한 간판뒤 자산구성도 살피길”

글로벌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타고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 대세로 떠오르면서 ‘작명 전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쏟아지는 ETF 상품들 중 투자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이름을 짓는 것이 필수 마케팅 전략이 된 것이다. 트렌드성 키워드부터 검색 편리성을 고려한 명칭 등 각양각색의 이름을 단 ETF가 등장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화려한 ‘간판’ 뒤 자산구성 내역을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ETF 수는 2020년 45개, 2021년 90개, 지난해 139개로 2년 사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동시에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ETF가 개별 주식 거래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떠오른 것이다.

ETF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 종류와 이름도 다양해졌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1월 31일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15∼39세의 소비자들에게 제품 및 서비스를 판매해 이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모델을 갖춘 기업에 투자한다”며 ‘영에이지’란 키워드를 내세운 ‘에셋플러스 글로벌영에이지 액티브 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을 출시했다. 자산구성 목록을 살펴보니 2일 기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독일 슈퍼카 제조업체 포르쉐AG를 각각 7.8%, 7.4% 담고 있었다. 이 외에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부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종목도 포함됐다.

지난해에는 ‘대장장이’라는 단어를 넣은 ETF도 나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도구를 개발하고 고치는 ‘대장장이’처럼 산업 전방이 아닌 후방에 숨겨진 경쟁력 있는 기업들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에셋플러스 측은 “이름이 두루뭉술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해당 상품의 철학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원초적인 이름을 많은 고민 끝에 정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명을 바꾸는 사례도 등장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10월 ETF 브랜드명을 기존 ‘KINDEX’에서 ‘ACE’로 변경했다. 김찬영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경쟁 회사가 언제든 비슷한 품질의 ETF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만큼 ETF의 ‘브랜드파워’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ETF 사업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가장 뛰어난 인물’을 뜻하는 에이스를 택했다”고 말했다. 투자자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ETF를 검색했을 때 알파벳 순서상 상위에 뜬다는 점도 고려한 조치였다.

작명의 중요성에는 증권사들 모두가 공감한다. 다만 화려한 ‘간판’ 뒤 상품별 구성 종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ETF를 선택하기 전 기초자산을 꼼꼼히 살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TF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기초자산 구성과 위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ETF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기면 투자 편의성이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tf#대장장이#영에이지#작명#마케팅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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