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천대 판 벤츠·폴스타, 급속 충전기는 외면…“현대차가 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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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1일 0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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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기. 2023.2.19/뉴스1
전기차 충전기. 2023.2.19/뉴스1
‘전기차 판매량 5006대, 급속 충전기 5기.’

지난해 수입차협회 기준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메르세데스-벤츠의 급속 충전기 현황이다. 벤츠뿐 아니라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는 늘리면서 정작 충전기 등 인프라 구축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완성차 업계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충전 인프라, 혁신기술, 보급 목표 이행 등 구성된 ‘인센티브’와 주행거리 등을 고려하는 ‘성능보조금’으로 나눠 지급한다.

이 가운데 인센티브 지원금은 총 180만원으로 항목별로 충전 인프라 20만원, 보급 목표 이행 140만원, 혁신 기술 20만원 등으로 구성했다. 환경부가 제시한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성능보조금 외에 추가로 최대 18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180만원을 모두 받을 수 있는 업체는 현대차와 기아밖에 없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전력을 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V2L 기술을 갖추고 있어 혁신 기술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다.

수입차 중에서는 BMW가 160만원으로 가장 많은 인센티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혁신 기술을 제외한 나머지 보조금 항목을 충족했다. BMW는 최근 3년간 100기의 급속 충전기를 직접 설치해 보급 목표 이행뿐 아니라 충전 인프라 항목을 만족했다.

BMW와 함께 수입차 시장을 양분한 벤츠는 다른 길을 걸었다. 벤츠는 지난해 5006대를 판매해 수입차협회 등록 기준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했다.

하지만 벤츠가 직접 설치한 급속 충전기는 5기에 불과했다. 지난해 1128대를 판매한 포르쉐보다 더 적은 급속 충전기를 운영했다.

전기차만 판매하는 업체 역시 급속 충전기 인프라 확충에는 관심이 없었다. 지난해 수입차협회 등록 기준 단일 모델 최다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한 폴스타는 급속 충전기를 8기 구축하는 데 그쳤다. 볼보는 36기, 푸조 9기 등 대부분 수입차 브랜드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ID.4를 시작으로 전기차 판매를 본격화한 폭스바겐코리아는 직접 설치한 급속 충전기가 한 기도 없다.

이 때문에 수입차 업계가 전기차를 판매할 뿐 인프라 확충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BMW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근 현대차와 기아의 급속 충전기 ‘E-핏’(E-Pit)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E-핏 급속 충전기는 229기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을 앞세워 급속 충전기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환경부 주관 2023년 전기차 충전 보조금 지원 사업자로 선정됐다.

수입차 업계는 여전히 급속 충전기 인프라 확충에는 미온적이다.

한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는 “당장 (급속 충전기를 늘릴 수 있는 한계가 있어) 계획은 없다”며 “주 고객층이 20만원 때문에 안 살 것도 아니고 (20만원 보조금을 고려해) 비용이 투입되는 급속 충전기를 설치할 요인이 적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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