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걷히면 길본다”는 한은…“그땐 금리인상 종점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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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24일 11시 24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3.2.23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3.2.23 뉴스1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에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결정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연내 동결 전망을 쏟아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물가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 종료가 아닌 ‘일시 중단’임을 강조했지만, 정작 향후 불확실성이 걷힌 뒤에는 금리 수준을 끌어올릴 만한 유인이 없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전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동결을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동결은 어디까지나 그간의 긴축 효과를 점검하고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를 살피기 위한 ‘쉬어가기’일 뿐, 추후 인상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그는 해당 방침을 가리켜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른다면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지면 길을 봐야 한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는 향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걷히고 물가 오름세가 비로소 뚜렷이 판명될 때에야 ‘운전’(기준금리 인상 여부 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동결도 긴축 일환”…연내 동결 전망 ‘우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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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의 발언에도 기준금리 인상은 끝난 걸로 보인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사실상 금리 인상 기조의 종결로 읽히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4월부터 매 결정회의 때마다 끊이지 않고 인상돼 왔다. 사상 첫 7연속 인상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인상 사이클 자체는 2021년 8월 시작됐는데, 그로부터 1년 반 동안 10차례에 걸쳐 무려 3%p 급등했다.

사상 유례없이 가팔랐던 인상에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한은은 지난 21일 국회 상임위 업무보고에서 “물가 상승 기대 심리 확산을 억제하고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긴축적인 수준까지 인상했다”고 밝혔다.

‘긴축적’ 기준금리는 경기를 과열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보다 높다는 뜻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립금리 이상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결정할 때는 점점 더 강한 근거를 요한다”며 “향후 기준금리는 연내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중립금리를 넘어선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도 엄연한 긴축의 일환”이라면서 “기준금리가 연내 동결된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했다.

◇물가, 통화정책 1순위?…“굳이 인상 안 한단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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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또한 금통위가 국내 물가 향방을 통화정책에 대한 최우선 변수로 지목했다는 데 주목했다.

이번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보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향후 정책 결정 요인에 있어 가장 먼저 등장했다. 지난달 의결문에 최우선으로 제시됐던 ‘성장의 하방 위험’을 제쳤다.

그런데 한은은 전날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1.6%와 3.5%로 각각 0.1%p씩 하향 조정했다.

경기가 둔화되면서 물가 오름세가 잦아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예상이 맞아 떨어지기만 하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불필요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강승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이 같은 언행에 대해 “국내 물가 경로가 3월 이후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면 추가 인상을 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며 “향후 국내 물가 경로에서 유의미한 이탈 없을 경우 국내 최종금리는 3.50%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나 연구원도 “물가주의 정책을 강조하는 금통위 입장은 곧 3월 이후 4%대 물가로만 진입해 주면 추가 인상은 굳이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가 이달 5%대 전후 상승률을 보이다 3월부터 4%대로 내리고 연말에는 3%대 후반으로 낮아진다고 보고 있다.

◇총재 “적정 금리차 없다”…시장 “전과 다를 바 X”

시장은 미국이 다음 달부터 긴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이 총재가 직접 불식했다고 봤다.

이 총재는 전날 간담회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된 금리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작년 10~11월 환율 변수가 들어와 연준에 완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따라가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면서 “지금은 작년과 달리 국내 요인과 물가 경로를 보면서, 또 환율을 보더라도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진 왔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발언이 다소 매파적으로 해석될 수는 있으나 이전처럼 한은이 대내외 여건 변화에 기계적으로 통화정책 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은 아니란 점에서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 마무리 국면에 진입한 한은의 통화정책 경로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역대 최대 폭 경신 가능성이 제기된 한·미 기준금리 격차의 경우에도 적정 수준은 없다는 인식을 보였다.

이 총재는 “변동환율 제도 하에서 (금리 격차의) 특정 적정 수준이라는 것은 없다”면서 “기계적으로 몇 %p면 위험하고 몇 %p면 바람직하고, 이런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 통화정책과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환율을 어느 정도 용인할지, 외환보유로 쏠림 현상 막을지, 또 어느 정도 금리로 대응하는 게 좋을지, 모든 옵션을 보고 정교하게 통화정책 결정하는 것이 한은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시장의 시선은 연준의 행보로 향한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드디어 금리인상 기조가 마무리됐다”면서도 “완전한 금리 인상의 종료와 인하 가능성을 제기하기엔 어려운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3월에는 금통위가 개최되지 않고 미국의 경제지표 동향을 살펴보더라도 아직까지는 미국 기준금리의 상방 리스크가 남아있다”며 “2분기 중 한 차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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