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또 명품값 인상 도미노… 에르메스 가방-의류 5~10% 쑥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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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도 주요 제품 2~6% 인상
루이뷔통-샤넬 등 잇달아 올릴 듯
경기침체에도 명품시장 타격 적어

에르메스의 가방 ‘가든파티 36’ 가격이 500만 원을 넘어섰다. 에르메스가 4일부터 가방과 의류 등 제품 가격을 5∼10% 인상한 데 따른 것이다. 기존 498만 원이었던 판매가가 7.8% 올라 537만 원이 됐다. 인기 상품인 ‘에블린’은 기존 453만 원에서 493만 원으로 8.8% 급등했고 ‘2424백’은 1103만 원에서 1188만 원이 됐다.

연초마다 벌어지는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도미노가 다시 시작됐다. 통상 롤렉스와 에르메스가 가격 인상의 신호탄을 쏘면 다른 업체의 인상 행렬이 이어졌듯 루이뷔통, 샤넬 등 브랜드가 새해 잇달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롤렉스는 새해 벽두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2∼6%가량 인상했다. ‘서브마리너 데이트(콤비)’ 제품은 기존 1881만 원에서 6.5% 올라 2000만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월 주요 제품 가격을 7∼16% 인상한 지 약 1년 만이다. 샤넬뷰티도 향수와 화장품 가격을 각각 평균 6.4%, 8%씩 인상했다. 대표적인 립스틱 상품인 ‘루주 알뤼르’ 가격은 기존 4만9000원에서 12.2% 올라 5만5000원이 됐다. 프라다 역시 5일부터 리나일론 백을 포함한 의류·잡화 가격을 인상한다. 예물반지로 유명한 쇼파드도 이달 중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업계는 가격 인상을 두고 원자재비, 물류비 등 생산비용과 환율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명품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심리를 조장해 수요를 부추기기 위한 전략이란 비판이 나온다. 샤넬은 지난해에만 4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명품업계는 지난해 보복 소비에 힘입어 호실적을 냈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상반기(1∼6월) 글로벌 매출 54억7500만 달러와 영업이익 23억400만 달러를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29.3%, 33.8%씩 늘어난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19조4488억 원으로 전년보다 8.1% 성장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최근 보테가베네타코리아, 발렌시아가코리아 등이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 유한책임회사는 각종 공시와 외부 감사 의무를 지지 않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 명품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를 가격 인상 이유로 들지만 사실은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 대부분 본사로 보내는 구조”라며 “재무 상태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국내 소비 위축과 잦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올해 명품시장이 받을 타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품업체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활성화하고 젊은층의 명품 소비가 줄면서 명품업계 전반적으로 매출이 주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매출 비중이 높은 VIP 고객들은 오히려 씀씀이를 키우는 경향이 있어 성장세는 둔화되더라도 전체 시장은 작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도미노#에르메스#명품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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