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넘어 작품으로… 명품업계, 전시 이벤트로 ‘한국 사로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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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랑, 남산서 사진전 개최… 루이비통, 가구 주제 전시 열어
급성장한 국내 명품 소비 공략… 제품 대신 예술작품 앞세우며
중소형 갤러리서 ‘반짝 운영’

명품업계가 제품 대신 작품을 앞세운 브랜드 전시를 잇달아 열며 국내 소비자 사로잡기에 나섰다. 생로랑은 이달 남산서울타워 앞 광장에서 사진전(왼쪽 사진)을 개최했고 루이비통은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갤러리 ‘송은’에서 디자인 가구 전시회(오른쪽 사진)를 열고 있다. 각 사 제공
명품업계가 제품 대신 작품을 앞세운 브랜드 전시를 잇달아 열며 국내 소비자 사로잡기에 나섰다. 생로랑은 이달 남산서울타워 앞 광장에서 사진전(왼쪽 사진)을 개최했고 루이비통은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갤러리 ‘송은’에서 디자인 가구 전시회(오른쪽 사진)를 열고 있다. 각 사 제공
서울 대표 명소인 남산서울타워 앞 광장에서 최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생로랑’이 사진 전시인 ‘셀프 프로젝트’를 열었다. 생로랑이 국내 처음으로 연 전시이자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등 6개 도시에서 동시 개최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거나 케이블카를 타야만 관람할 수 있지만, 사전예약 시작 하루 만에 마감됐다. 전시장은 작품을 관람하고 인증샷을 찍는 젊은 방문객으로 붐볐다.

명품업계가 잇달아 전시 이벤트를 열며 ‘한국 고객 사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제품 대신 작품을 앞세운 브랜드 전시를 반짝 운영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제품보다 작품…급성장한 국내 명품시장 공략
루이비통은 19일까지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서 ‘오브제 노마드’ 전시를 연다. 루이비통이 국내에서 가구만을 주제로 한 전시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브제 노마드는 국제 디자인 박람회인 ‘디자인 마이애미’를 통해 루이비통이 2012년부터 선보인 가구 컬렉션으로 기성품보다는 형형색색 예술품에 가깝다. 런던 올림픽 성화봉을 디자인한 바버 앤드 오스거비 등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했다. 럭셔리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도 성수동 갤러리 에스팩토리에서 연 설치미술 전시 ‘리베르소’를 12일 마쳤다.

명품업계 전시 마케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급격히 성장한 국내 명품 소비를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정KPMG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약 30% 커진 58억 달러(약 7조3000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이 13.5% 증가한 데 비해 상승폭이 크다.

이목을 끌기 위한 장소를 선점하려고 지자체에 공을 들이기도 한다. 생로랑 관계자는 “남산서울타워는 브랜드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랜드마크이자 자연환경이 어우러지는 최적의 장소였다”며 “시민을 위한 공공장소인 만큼 무료입장 등을 앞세워 서울시와 여러 차례 협의했다”고 했다. 단일 브랜드가 남산서울타워에서 전시를 진행한 것은 생로랑이 처음이다.

○ 소규모로 희소성 높이고 ‘예술성’ 강조
최근 이어진 명품 브랜드 전시는 중소형 갤러리에서 짧게는 일주일, 길어야 한 달 남짓 열린다는 점에서 과거 명품 브랜드 전시와는 다르다. 이전에는 대형 전시장에서 2, 3개월 동안 대대적으로 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정판에 열광하는 MZ세대를 겨냥해 희소성과 프라이빗함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브제, 사진 등 예술 작품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감각적으로 느끼도록 하는 것도 특징이다. 제품 설명, 브랜드 역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직접 홍보했던 과거 전시와 다르다. 예거 르쿨트르는 이번 전시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 마이클 머피와 협업해 시계 무브먼트를 표현한 설치예술 작품을 공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이 단순한 사치품이 아니라 품격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며 “이는 가방, 옷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 전반으로 녹아들려는 명품업계의 목표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명품업계#전시마케팅#브랜드#명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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