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에는 필리핀에서 한국에 오려면 티켓값이 왕복 30만원에서 50만원 정도면 됐는데 이번에는 91만원을 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이 닫혀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필리핀 교민 이모씨는 항공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국제선을 늘리고 방역조치를 완화한다는 소식에 귀국을 결심했으나 정작 항공편이 부족하고 비싸서 일상회복 이전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뉴스에서는 항공편을 많이 늘린다고 하는데 체감은 안 된다”며 “아직 옛날로 돌아가려면 한참 걸릴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2일 국토교통부, 질병관리청 및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의하면 2020년 4월부터 인천국제공항에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비행금지 시간인 ‘커퓨(curfew)’를 설정했다. 현재 지정한 커퓨 시간대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로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금지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은 미접종자를 격리해야 하는데 (일일이 관리해)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커퓨가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한정된 인력으로 시간당 처리가 가능한 방역 절차에 한계가 있어 새벽에 비행하는 항공기를 제한한 셈이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커퓨로 인해 이씨 같은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본다. 국제선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항공권 값이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방역을 위해 인천공항으로 국제선을 일원화한 상황에서 타격이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지난 4월6일 국제선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발표하며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 규모를 50%까지 회복하겠다고 했다. 당시 3단계에 걸쳐 매월 주 100회씩 국제선 정기편을 증편하겠다고 했으나 커퓨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에서 도착하는 비행기들은 거기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8시 이후에 도착하는 비행기도 꽤 있는데 그런게 아예 운영이 안된다”며 “외항사의 경우 그 비행기가 못 들어오면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할 수 있는 비행기도 없는 것으로 항공권값에 (커퓨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항공권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살아나고 있는 항공업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어 방역 조치를 빠르게 완화해서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인천공항이 집계한 통계에 의하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현재 커퓨 시간대의 운항비중은 23%에 이른다. 도심권에 있는 김포공항과 달리 인천공항에는 원래 커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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