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흐름’ 악화 컬리 몸값 4조? 6조?…“쿠팡 아냐” 오버밸류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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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1일 1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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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 샛별배송(컬리 제공)© 뉴스1
마켓컬리 샛별배송(컬리 제공)© 뉴스1
본격적인 기업공개(IPO)에 돌입한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의 몸값(기업가치)이 어떻게 책정될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컬리가 지난해 말 프리IPO를 진행하면서 몸값을 4조원 이상 책정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5조원, 최대 6조원까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컬리는 미국에 직상장했던 쿠팡과는 급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면서 “컬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상태이며 업종내 경쟁도 심화되고 있어 컬리 고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다”는 냉정한 시각도 적지 않다.

◇“제2 쿠팡 기대감 보단 영업활동 현금흐름 악화 우려”

1일 금융투자업계와 회계전문가 등에 따르면 컬리의 기업가치는 최소 4조원에서 최대 6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국 뉴욕거래소에 직상장한 쿠팡에 이어 국내 시장에 처음 상장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부문 상장이기 때문에 ‘제 2의 쿠팡’이 될 수 있다며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컬리는 지난해 7월 시리즈 F 투자를 통해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받은 이후, 12월 프리IPO로 4조원 가치를 받았다”면서 “프리IPO 당시 받은 밸류를 감안하면 목표 시가총액은 최소 6조~7조원에 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가와 회계업계에서는 컬리의 ‘오버밸류’(과대평가)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며 엇갈리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 회계전문가는 “컬리의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전년도에 비해 악화됐고,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악화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영업이익 적자폭이 확대되는 것은 매출 증가에 따른 마케팅비 증가나 기타 회계적 이슈 등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것은 이 회사의 본질적인 수익구조에 문제가 내재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컬리의 2021년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액이 전년대비 63.8% 증가한 1조5631억원, 영업손실(적자)이 같은기간 1015억원 증가한 2177억원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손실은 1조2853억원으로, 이는 우선주를 부채로 인식함에 따라 회계적으로 금융부채 평가손실이 발생함에 따른 영향이 있었다. 우선주는 2021년말 보통주로 전환돼 올해부터는 관련 회계상 이슈는 없을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회계전문가가 지적한대로 이 회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보면 2019년에 -695억원의 ‘부의 흐름’(마이너스)이 발생했고 2020년에는 -586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지난해에는 -1384억원으로 크게 악화됐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란 각종 회계적 지표가 반영되는 손익계산서 상 영업이익이나 손실, 순이익과 달리 해당 연도의 기업 주요 활동에 따른 순수 현금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에 손익계산서보다 해당 기업의 본질적인 영업활동에 대한 적나라한 성과를 보여준다.

회계전문가는 “쿠팡은 상장 당시에도 적자 규모가 적지 않았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됐고 높은 이커머스 점유율과 전국적인 물류망에 힘입은 ‘로켓배송’의 강점, 충성도 높은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 등이 월가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을 수 있었지만 컬리는 여러 측면에서 쿠팡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결국 기업가치는 그게 현재이든 미래든 현금흐름”이라면서 “영업손실이 나는 기업에 주가매출비율(PSR)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는 이유는 미래에 절대적 시장 점유율을 갖게 된다면 높은 영업레버리지 효과로 막대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인데 영업손실이 증가하고 있으면 언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지 실적 추정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SSG닷컴 새벽빵 배송 서비스(SSG닷컴 제공)© 뉴스1
SSG닷컴 새벽빵 배송 서비스(SSG닷컴 제공)© 뉴스1

◇“GMV 확대전략, 득실 따져야…새벽배송 경쟁도 부담”

컬리는 이커머스업체 밸류에이션에서 PSR을 높게 받기 위해 ‘거래액’(GMV) 즉 몸집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컬리는 비식품 부문 상품 비중이 상품 수 기준으로 33%까지 상승하면서 GMV가 증가하는 효과를 누렸다. 화장품 등 뷰티 카테고리는 판매량이 전년대비 3.1배 증가했고 가전은 2.3배 늘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여행·숙박 상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현상에 대해 오린아 연구원은 “컬리는 판매상품을 다양화 하면서 기존 강점인 프리미엄 온라인 식품업체의 위상이 유지될 지는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컬리가 처한 업계 경쟁상황도 녹록지 않다. 컬리의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시장 점유율은 5.2% 정도로 집계된다.

현재 컬리처럼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오아시스마켓이나 SSG닷컴(이마트)은 물론, 이커머스 최강자 네이버와 쿠팡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며 신선식품 배송 영역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GS프레시몰, 지마켓·옥션 등도 잇따라 새벽배송 서비스를 통한 신선식품 판매 강화에 나서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새벽배송이 ‘컬리만의 강점’이라 보기도 어렵고 점유율 수성도 쉽지 않아진 셈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쿠팡이 가파른 시장 점유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영업손실 증가 때문인데, 컬리 역시 영업적자가 한번도 감소한 적이 없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컬리는 절대적 시장점유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속적인 영업적자 확대는 상장시 밸류에이션 훼손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는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 뿐 아니라 구체적인 수익성 제고 청사진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컬리가 지난 28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상장예비심사청구는 2020년 기준 회계보고서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다. 거래소는 일단 예비심사 신청을 받고, 이후 (이번에 공시한) 최신 회계보고서를 추가 제출받아 상장심사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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