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부터 묻는 이통사 복합문화공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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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강남에 MZ세대 겨냥해 조성
요금 업무 없애고 콘서트장 등 갖춰
17개월간 52만명 방문… 하루 1000명
“편하게 찾아와… 잠재 가입자 확보”

LG유플러스가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에 마련한 복합 문화 공간 ‘일상비일상의틈’ 1층 
팝업스토어에서 ‘MZ세대’ 방문객들이 신형 스마트폰을 직접 살펴보고 있다. 2020년 9월 문을 연 이곳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일평균 1000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가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에 마련한 복합 문화 공간 ‘일상비일상의틈’ 1층 팝업스토어에서 ‘MZ세대’ 방문객들이 신형 스마트폰을 직접 살펴보고 있다. 2020년 9월 문을 연 이곳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일평균 1000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15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의 5층 건물. 별다른 간판도 없는 건물 입구에서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꺼내기 시작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연상케 하는 분홍색 배경의 팝업스토어(특별 매장)와 벨보이 복장을 한 직원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서였다.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실내에 들어서자 한 직원이 “MBTI(성격유형지표)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필수 소통 정보인 MBTI부터 파악한 뒤 건물 안에 마련된 다양한 문화 공간을 개인 맞춤형으로 소개하기 위한 사전 절차였다.

이날 1층 팝업스토어의 주인공은 삼성전자의 신형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22 시리즈’였다. 모두 20대로 보이는 방문객 20여 명이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체험하면서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한 팝업스토어의 소품, 장식품을 배경으로 ‘셀카’를 남겼다.

팝업스토어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자 가장 구석 공간에 있는 스마트폰 사전 예약 창구가 보였다. 안내문에 작게 붙어 있는 통신사 LG유플러스의 로고를 본 뒤에야 팝업스토어 등이 꾸며진 이 건물의 운영자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2020년 9월 문을 연 이 건물의 이름은 ‘일상비일상의틈’이다. LG유플러스가 MZ세대를 겨냥해 이동 인구가 많은 서울 강남대로 중심에 조성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허지철 LG유플러스 일상비일상의틈 팀장은 “MZ세대의 마음을 얻고 소통하기 위해 기존 통신사 대리점 등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부 활동 제한 등의 영향에도 LG유플러스의 복합 문화 공간에는 1년 5개월간 52만여 명이 방문했다. 특별히 광고나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일평균 1000명 이상이 찾은 것이다. 방문객 중 78%는 20, 30대인 MZ세대였고 70%는 다른 통신사 이용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는 MZ세대가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팝업스토어와 독립서점, 필름 사진 현상소, 콘텐츠 감상실 등을 층별로 마련했다. 루프톱(옥상)에선 상황에 따라 소규모 콘서트나 모임 행사 등도 진행한다.

한 번 방문한 이후에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1층 팝업스토어와 지하 작품 전시관의 주제 및 인테리어 등을 주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방문객들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층별로 머무른 시간 등도 데이터로 분석한 뒤 공간 개선 과정에도 반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라는 통신사의 정체성은 최대한 걷어냈다. 일상비일상의틈에선 일반적인 통신 대리점에서 담당하는 요금제 가입, 납부, 변경 등의 업무도 처리하지 않았다. 장준영 LG유플러스 IMC담당은 “MZ세대 방문객들이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앞으로 전국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오프라인 ‘경험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MZ세대 외에도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이용자들이 쉽게 콘텐츠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통해 잠재적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방문객들이 백화점에서 옷을 구경하는 것처럼 통신사 매장에서도 콘텐츠, 서비스를 즐겁게 둘러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복합문화공간#l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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