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직구족… “직구 뚫는 법 공유 - 캐시백으로 반값 득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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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업체 행사기간 직구 차단하자… IP 주소 변경법-결제법등 찾아 공유
“MZ세대들의 또다른 놀이문화”… 작년 직구 26% 늘어 첫 5조 돌파
해외직구시장 규모 갈수록 커져… 이커머스업체들 앞다퉈 유치 경쟁

직장인 곽모 씨(30)는 최근 해외직구로 옷을 50만 원어치 샀다. 티셔츠부터 구두, 명품 팔찌까지 전부 국내에 출시되지 않아 구할 수 없는 제품들이다. 심지어 특가 기간을 활용해 모두 반값에 ‘특템’했다. 그는 “할인 기간에는 이틀에 한 개꼴로 주문한다”며 “해외여행은 못 가지만 직구로 쇼핑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행길이 막히자 국내 직구 시장의 성장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가성비’와 ‘재미’를 찾아 직구족(族)들이 직구 시장판을 키우며 이커머스 업체들도 앞다퉈 직구 수요 잡기에 나섰다.
○ 역대 최대 규모로 커진 해외직구 시장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폴로고시 합격 수기’ 게시물이 쏟아졌다. 미국 폴로 랄프 로렌이 아시아권 국가에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직구를 차단하는 등 접속이 어려워지자 국내 직구족들은 컴퓨터 IP주소 변경법과 미국인인 척 결제하는 법 등 ‘폴로 직구 뚫는 법’을 공유하며 쇼핑에 나섰기 때문이다.

해외직구 경험이 축적된 노련한 직구족들이 시장을 키우면서 국내 직구 시장 성장세는 가파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전년보다 26% 증가해 사상 처음 5조 원을 넘어섰다. 의류·패션 상품과 음식료품 구매가 각각 전년 대비 28%, 20%씩 늘었다. 이 품목들이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했다.

캐시백(결제 금액 일부를 현금 또는 포인트로 돌려주는 서비스)을 활용해 할인을 챙기는 똑똑한 직구족도 늘었다. 직구 캐시백을 제공하는 샵백코리아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광군제가 낀 지난해 11월 신규 가입자 수는 전월 대비 600%로 늘었다. 이 기간 결제 금액도 전월보다 3.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샵백코리아 관계자는 “해외직구가 일반화하면서 캐시백 이용도 확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 해외직구 서비스 앞다퉈 내놓는 이커머스 업계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MZ세대에게 직구는 일종의 놀이문화이기도 하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예지 씨(25)는 최근 중고거래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모집해 국내에 없는 니치향수 5종류를 직구했다. 5가지 향을 공병에 나눠 제품 1개 가격에 즐기기 위해서다. 김 씨는 “국내엔 없는 제품을 누구보다 먼저 누리는 게 묘미”라며 “공구한 사람들과 후기를 공유하는 게 취미”라고 말했다.

단가가 높은 명품이나 가전제품의 직구 비중도 커졌다. 롯데온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직구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과거 해외에서 충족하던 다양한 소비 욕구를 간접적으로 해소하는 대체수단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구 시장이 커지면서 이커머스 업계도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롯데온은 이달부터 매월 9일을 ‘직구온데이’로 정하고 사흘간 직구 상품 할인행사를 연다. 11번가도 아마존 미국 상품을 11번가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연계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뚜렷해지면서 직구를 해서라도 특정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 행태가 당연해졌다”며 “이제 직구 서비스는 강화하지 않으면 뒤쳐질 수밖에 없는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직구족#직구#득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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