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메타버스… 경계 허무는 ‘빅 블러’ 투자 바람

곽도영 기자 입력 2021-10-22 03:00수정 2021-10-2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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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산업 넘어 새 분야 잡아라”
재계 3, 4세 경영인 중심 확산

지난달 말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대체육 스타트업 ‘뉴에이지미츠’는 한화솔루션이 참여한 2500만 달러(약 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가 마무리됐다고 발표했다. 뉴에이지미츠는 이번 투자로 시험 개발에 성공한 소시지 등 제품을 내년부터 실제 생산해 시장에 내놓게 된다. 한화솔루션은 구체적인 투자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메인 투자자로 참여해 투자금 대부분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한화그룹의 첫 대체육 직접 투자 사례다. 대체육 시장은 한화그룹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농축산업계의 친환경 투자처로 대체육 시장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주력 사업인 태양광,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와 더불어 대체육 시장의 성장성에 관심이 크다고 한다. 한화 관계자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교통, 농업 등 보다 폭넓은 범위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해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관점으로 대체육 시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뒤섞이는 현상. 산업게에서는 신사업 투자 확대로 기업 외연이 확장되고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흐름을 의미.
최근 산업계에 ‘빅 블러(Big Blur)’ 바람이 거세다. 기업들이 에너지, 가전, 자동차 등 기존의 주력 분야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투자로 회사의 외연을 넓히고 전통적 산업 경계를 허물어뜨린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오너 경영인 3, 4세를 중심으로 빅블러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이미 형성된 시장에서 경쟁사의 파이를 빼앗기 위한 ‘레드오션 투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새롭게 각광받기 시작한 사업의 초기 단계에 가능성을 보고 위험을 감수하며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이다.

주요 그룹 관계자는 “최근 회사의 신사업 투자 결정 속도가 정말 빠르다고 느낀다. 분야를 막론하고 미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들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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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대체단백질 기업인 미국 퍼펙트데이에 지난해 54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이달 초 650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올 8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퍼펙트데이의 대체 아이스크림 제품 사진을 업로드하며 맛을 칭찬해 눈길을 끌었다. SK㈜는 SPC삼립과 대체식품 사업 투자 기회를 공동 모색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구광모 LG그룹 대표는 최근 신사업 분야인 메타버스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7월 LG는 존 레전드의 가상현실(VR) 공간 라이브 콘서트로 유명한 미국 스타트업 ‘웨이브’에 투자했다. 이 기업은 2019년 린지 스털링의 가상현실 콘서트로 전 세계에서 4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이끌어내며 투자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LG 관계자는 “구 대표가 플랫폼 차원의 혁신에 대해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중 하나의 가능성으로 메타버스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GS에서는 허태수 GS 회장의 5촌 조카인 허서홍 GS 미래사업팀 전무가 주도한 보툴리눔 톡신(속칭 보톡스) 기업 휴젤 투자가 대표적인 빅 블러 사례로 꼽힌다. GS그룹 분할 출범 뒤 처음 이뤄진 조 단위 인수이자 그룹 최초의 의료·바이오 시장 진출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후변화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커지고 산업 전반의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빅 블러 현상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이 구글 고속 성장을 발판으로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우주사업 등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나섰듯 국내 주요 그룹들도 기존 주력 분야를 넘어서는 미래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빅 블러#뉴에이지미츠#대체육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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