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GDP 세계 9위 선진국, 집값 더 올라요”

  • 주간동아
  • 입력 2021년 10월 16일 1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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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의 부동산 전망


증권가 스타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일찍부터 집값 폭등을 예상해온 부동산 전문가다. 많은 전문가가 상승과 하락을 오가며 의견을 내놓을 때도 그는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비싸지 않다”며 일관되게 상승을 주장했다. 그 배경에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시대로 접어든 소득 수준의 변화가 있다.

“제가 학교에 다니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어느 회사 연봉이 3000만 원대면 꽤 괜찮게 주는 거였고, 4000만 원이 넘어가면 ‘와’ 그랬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모 반도체회사 신입사원 연봉을 들으니 8000만 원 넘는다고 하더군요. 사실 이런 소득 증가는 우리 생활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가 취업할 때만 해도 2000cc 차를 샀던 신입사원들이 지금은 수입차나 대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를 사고, 예전에는 한 번 가기도 힘들던 해외여행을 1년에 몇 번씩 가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 가운데 2015년까지 유일하게 안 오른 게 집값이었습니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게 더 신기한 일입니다.”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그동안 집값 안 오른 게 더 신기한 일”
증권가 스타 애널리스트 출신인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사진)는 일찍부터 집값 폭등을 예견해온 부동산 전문가다. 많은 전문가가 상승과 하락을 오가며 의견을 내놓을 때도 그는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비싸지 않다”며 일관되게 상승을 주장했다. 그 배경에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시대로 접어든 소득 수준의 변화가 있다.

서울대에서 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조선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으로 산업재(기계·조선) 전문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탁월한 분석 능력을 인정받아 부동산·건설 업종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2019년 유진투자증권을 끝으로 애널리스트 생활을 마감하고 현재는 부동산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2015년부터 발간해온 ‘월간 부동산 라이프’는 정확한 시장 분석과 투자 전망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부동산 대전망’ ‘대한민국 아파트 부의 지도’ 등 2권의 책도 펴냈다.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1억9978만 원이라고 한다. 4년 전과 비교해 2배가 올랐다. 이것이 적정한 가격인가.

“모두의 마음속에 다 다른 기준이 있기 때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예전에 애널리스트를 한 경험에 비추면 애널리스트가 하는 일은 향후 시장 방향성과 그 회사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주식 가격이 적정한지를 분석한 뒤 매수,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거였다. 지금은 집에 대입해 말해야 하는데, 답을 드리면 얼마가 적정하다 그런 것은 없다. 예를 들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6억 원이던 시절 연 가구소득 1억 원인 집들이 있었다. 당시 그 사람들이 6억 원 주택을 소비했으면 소득의 6배였을 거다. 하지만 소득은 안 올랐는데 집값이 2배가 되면 부담금액이 2배가 됐다는 의미인데, 이것을 비싸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시장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항상 고민하는 게 있다. 바이오 주식은 300배, 400배 PER(주가수익비율)를 받고 조선이나 건설 같은 전통 산업은 5배를 받는데, 그럼에도 바이오 주식이 비싸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가치 평가를 받은 거니까. 다시 이걸 집에 대입하면 집값이 소득의 6배에서 12배로 올랐으면 여기서 더 오를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은 가구소득이다.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가 계속 살아 있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더 좋은 집을 사겠다’는 강한 욕구가 집값을 계속 밀어 올릴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작은 나라에서 잘 벌어진다. 홍콩,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집값도 싸다, 비싸다로 싸우는데 그럴 필요 없다. 자기가 생각한 대로 보면 되는 거다.”

“대한민국은 선진국, 서울은 글로벌 도시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과 견줄 도시로 뉴욕, 파리 등을 꼽는데 모두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곳들이다. 서울이 그 정도까지 갈 수 있다고 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40년을 제외하면 5000년 역사에서 잘살아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다. ‘찬란한 문화’라고 표현하지만 그것은 아주 일부 문화일 뿐이고 대다수 사람은 밥도 못 먹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상대 비교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회사에서 보조해주지 않으면 주거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거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온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는 어색한 상황이지만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서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임대료 급상승은 시장 상황이 아닌, 정부 정책의 결과다. 집을 보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과도하게 물리면 임대료로 전이될 개연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세금 부담을 줄여주고 집을 많이 짓게 해주면 덜 올라갈 거다.”

집값 상승은 가구소득 상승의 영향
1991년 ‘3.3㎡당 1000만 원’ 시대를 열었던 아파트가 이제 ‘3.3㎡당 1억 원’ 시대의 문을 열었다. [뉴시스]
1991년 ‘3.3㎡당 1000만 원’ 시대를 열었던 아파트가 이제 ‘3.3㎡당 1억 원’ 시대의 문을 열었다. [뉴시스]
정부 정책에 변화가 생기면 집값 상승이 멈출까.

“아니다. 집값 상승은 정부 정책과 상관없다. 물론 임대료가 오르면 매매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지만, 일본 같은 경우는 ‘잃어버린 20년’으로 표현되는 기간에 임대료가 올라도 매매가는 빠진 적이 있다. 그리고 이제 정부 정책으로 집값을 잡는 것은 힘들다. 가구소득의 영향을 더 세게 받기 때문이다.”

2018년 펴낸 ‘대한민국 아파트 부의 지도’를 지금 보고 착한 아파트 가격에 놀랐다.

“사실 그 책을 쓰고 당시에는 엄청나게 공격을 받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그런데 지금 보면 다들 싸다고,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내 생각에는 이제 앞으로 3년 뒤, 4년 뒤 또 똑같은 얘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주식하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다 아는 이야기인데, 한 회사가 올해 실적이 좋아도 내년에 나쁘면 주가는 떨어진다. 그럼 결국 중장기도 봐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대한민국 부동산 가격이 4년 뒤 어떻게 될 것 같으냐 그러면 사람들은 객관적이 아닌 주관적이 되다 보니 의견이 엇갈린다.

또 부동산시장을 나쁘게 보는 분들 중에는 대한민국 자체가 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2000년대 초중반에도 그랬다. 내가 학교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할 때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가 ‘일본은 저 멀리 있고 중국은 쫓아오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샌드위치가 돼 망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어떻게 됐나. 대한민국은 더 잘됐고, 제조업은 힘이 넘치는 대단한 나라가 됐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앞서 말한 대로 잘산 적이 없기 때문에 생존 본능이 엄청나게 강하다. 이런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우리가 망하는 모습을 지켜만 보겠느냐는 말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거다. 이런 대한민국의 4년 뒤, 6년 뒤, 10년 뒤를 생각해보라.

물론 주택 공급 부분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집값 움직임에 차이는 있을 거다. 정부가 집을 좀 짓게 해준다든가, 용적률을 완화해준다든가, 집을 팔 수 있게 해주면 공급이 빨리 늘어나 집값이 덜 예민하게 움직일 거고, 그렇지 않다면 더 예민하게 움직일 거다.”

이번 정부는 규제로 모든 것을 컨트롤하려 한다.

“규제가 통하려면 사람들에게 돈이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런 정책을 쓰기에는 이미 잘사는 나라가 됐다. 사람들의 기본 성향도 나는 잘되고 싶고 남들보다 우위에 서고 싶어 한다. 요즘 20, 30대 젊은이를 보면 마치 1970~1980년대 젊은이들의 모습 같지 않나 싶다. 잘살아보고 싶다는 꿈 하나로 가진 것 없이 서울로 올라와 열심히 일해 많은 것을 이룬 세대 아닌가. 요즘 친구들도 이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로 죽기 살기로 일한다. 한때 사람들은 선진국 라이프로 유럽식 모델을 떠올렸다. 나만 해도 어릴 때 ‘스웨덴에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정부가 책임져준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웃긴 말 아닌가. 왜 내 인생을 정부가 책임지는가. 유럽 같은 분배식으로 가면 다 같이 못사는 상황이 오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선진국은 미국이어야 한다. 모두가 큰 집, 큰 차를 원하지 않나. 선진국 국민에게는 자유가 가장 중요하다.”

향후 GDP 순위 7위 전망, 부동산 가격은 더 오를 것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래절벽’과 ‘신고가’를 부동산 하락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 개입이 하나도 없는, 거래량이 수요와 공급만으로 이뤄지는 자유시장이라면 그 말이 맞다. 그 또한 주식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거래량이 줄어드는 데 갑자기 이상 가격이 나오면 가격 흐름이 바뀌는 전조라고 한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특히 아파트는 정부가 개입해 이렇게 만들어진 거라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원리들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부동산시장 상황이 바뀌려면 매수 심리가 꺾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매수 심리를 꺾으려면 사람들에게 ‘집값이 안 오를 거다’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것을 지금 무슨 수로 심어주겠나.”

대한민국 미래를 어떻게 보나.

“굉장히 밝게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쟁 심리는 거의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 절대 뒤로 갈 생각이 없다. 요즘 젊은이 중에는 옛날처럼 어디 고용돼 월급이나 받자고 생각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다들 창업에 뛰어든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9위로 올라섰는데 앞으로 7위까지는 갈 거 같다. 그 이상은 나라도 작고 인구도 적어서 어렵다고 본다. 그때까지는 계속 성장할 거다. 이런 국가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면서 ‘서울은 끝났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언론에서는 외국인이 서울에 집을 사면 한국 부동산을 약탈해가는 거처럼 표현하는데 우리도 미국이나 영국에 부동산을 사지 않나. 또 삼성전자가 잘되니까 수많은 부품소재업체가 납품을 위해 경기도에 공장을 짓는다. 나라도 잘되고 기업도 잘되는데 미국처럼 큰 나라도 아니고 작은 나라에서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겠나. 뻔히 보이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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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10호 (p40~42)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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