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줄고’ 상승세 ‘주춤’…집값, 조정국면 오나

  • 뉴시스
  • 입력 2021년 4월 4일 0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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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세…5개월 만에 축소
보유세 부담·집값 급등 피로감·금리 인상 영향
신규 입주 물량 감소·LH 투기 사태 공급 차질

“매물은 나오고 있는데 매수세가 끊겼어요.”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대장주로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셋값 급등에 이미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사람은 거의 다 산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는 매수 문의가 줄더니 거래가 사실상 끊겼다”며 “매도·매수자 모두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상승 폭이 5개월 만에 축소하고, 주택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본격적인 조정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부동산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일정 호가 이하로 팔지 않겠다는 집주인과 집값이 하락하면 매수에 나서겠다는 매수 대기자의 눈치 보기가 치열한 양상이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전국 주택 가격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포함) 매매가격은 0.38% 올라 전월(0.51%)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서울 집값은 지난해 10월 0.16%에서 11월 0.17%로 상승 폭을 키운 뒤 12월 0.26%, 올해 1월 0.40%, 2월 0.51%로 매달 꾸준히 상승했으나, 지난달 5개월 만에 상승 폭을 축소했다. 주택 유형별로 아파트가 2월 0.67%에서 지난달 0.49%로 상승 폭이 줄었다. 또 연립주택(0.29%→0.21%)과 단독주택(0.37%→0.34%)도 상승 폭이 둔화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규제완화 기대가 있는 재건축 단지 위주로 집값이 올랐으나, 2·4 공급대책 발표 이후 공급 기대와 더불어 시중금리 인상,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서울 집값 상승폭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2달 연속 주택 매매 거래량이 급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8만702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9679건) 대비 4% 감소했다. 서울은 1만70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7% 감소했다. 수도권도 4만7443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6%나 줄었다.

거래 절벽이 이어지면서 서울 일부지역에서는 시세보다 낮은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강남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일 23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종전 거래(2월24일) 24억5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낮은 가격에 매매됐다. 또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차(전용면적 45.9㎡)는 지난달 12일 5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직전 거래(1월27일) 6억2000만원보다 7000만원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7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주택 매수심리도 진정되는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다섯째 주(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1.0으로, 지난주(104.1)보다 3.1p 하락했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이면 수요와 공급이 같은 수준이고, 200에 가까우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1월 마지막 주 100.2로 100을 넘은 뒤, 18주 연속 100을 넘었다. 이후 2월 셋째 주 110.6으로 떨어진 뒤 7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정부의 2·4 주택 공급 대책에 따른 기대감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도 증가 등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시세보다 수천만원 낮은 거래 등으로 집값이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거래 감소와 일부 호가를 낮춘 거래만으로 주택시장 전체를 판단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또 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2·4 공급 대책이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청약보다 매매로 선회해 집값을 다시 자극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도 줄어든 것도 변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은 2만5520가구로, 지난해(5만289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매수자·매도자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면 거래 절벽이 심화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거래가 나오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면서 주택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면서 집값이 숨 고르기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보유세 부담 강화,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주택 거래 전체가 위축됐다”며 “일부 거래만으로 집값 하락을 예단하는 건 무리고, 단기간에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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