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영끌’에 ‘주식 빚투’ 열풍… 은행 가계대출 1000조 첫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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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03조… 기업대출도 995조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섰다. 기업대출도 한 달 새 9조 원 가까이 불어 1000조 원에 육박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으로 은행 대출금리도 뛰고 있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03조1000억 원으로 1월 말보다 6조7000억 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1000조 원을 돌파한 것은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2월 900조 원을 넘어선 지 1년 만에 100조 원이 불었다.

부동산과 주식 투자 열풍이 계속되며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행렬이 이어진 영향이 크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이 2월에만 3조4000억 원 늘어나는 등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새 6조4000억 원 불었다.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995조3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8조9000억 원 늘었다. 2월 증가액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소기업들이 대출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졌다. 향후 자산 가격 하락까지 현실화되면 경기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시장금리, 최근 가파른 상승… 빚투-영끌족 이자부담 가중
가계대출 1000조 첫 돌파

은행권 가계대출이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최근 시장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빚을 내 집을 사거나 투자에 나선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금리가 0.5%포인트만 올라도 전체 가계의 이자 부담은 3조 원 가까이 불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한 달 동안 은행권 가계대출은 6조7000억 원 증가했다.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2월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까지 포함하면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9조5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달 말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2월에 비해 8.5% 급증한 규모다. 예년 가계대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인 5%대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박성진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주택 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계속되면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 6조4000억 원 불어 2월 증가액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컸다. 특히 전셋값 상승에 신학기 이사 수요가 겹쳐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이 3조4000억 원으로 1월(2조4000억 원)보다 1조 원 커졌다.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은 268조9000억 원으로 1월 말보다 3000억 원 늘었다. 2월 들어 증시 변동성이 커진 데다 금융당국의 규제가 이어지면서 신용대출 증가 폭은 한풀 꺾였다. 2월 은행권 기업대출 증가세는 중소기업이 이끌었다. 중소기업 대출은 개인사업자 대출 4조1000억 원을 포함해 한 달 새 8조4000억 원 불었다.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은행 대출로 연명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면 빚을 늘린 취약계층과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대출금리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단기 국고채 금리는 빠르게 뛰고 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182%에 마감했다. 2일(1.021%)과 비교하면 6거래일 만에 0.161%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2월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849조9000억 원)에서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9.4%(잔액 기준)다.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은 산술적으로 3조 원 가까이 늘어난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주택 영끌#주식 빚투#가계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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