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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전국 최대 ‘서울역 쪽방촌’, 최고 40층 명품 주거단지 재탄생

입력 2021-02-05 15:55업데이트 2021-02-0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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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5일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계획 예정지. 2021.2.5/뉴스1


전국 최대 규모의 쪽방촌인 서울역 앞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5일 서울시 용산구 등과 공동으로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 전국 최대 쪽방촌, 40층 주상복합 타운으로 변신
5일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LH주택공사에서 바라본 국토부 주관 서울역 쪽방촌 정비방안 계획부지와 조감도. 2021.2.5/뉴스1


계획에 따르면 LH와 SH는 공동으로 동자동 일대 4만7000㎡ 규모의 쪽방촌을 정비해 주택 2410채를 짓기로 했다. 쪽방 주민 등 기존 거주자의 재정착을 위한 공공주택 1450채(임대주택 1250채, 분양주택 200채)와 민간분양주택 960채이다.

국토부는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서울시 등 4개 기관과 주민지원시설이 참여하는 전담조직(TF)을 운영한다. 또 올해 안에 주민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 지구지정을 마치고, 2022년까지 지구계획 수립 및 토지보상, 2023년까지 임시 이주 및 공공주택 단지 공사 착수를 각각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2026년 주택 입주, 2030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계획대로 되면 전국 최대의 쪽방촌 밀집지역이 분양주택과 상업시설, 복지시설 등을 고루 갖춘 7층에서 40층에 이르는 다양한 높이의 주상복합건물 타운으로 바뀌게 된다.

그동안 이 구역에 대한 재정비 사업은 꾸준히 논의됐으나 남산 조망권 확보를 위한 건축 규제가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이번에 공공기관이 사업시행자로 나서고, 해당지역을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소규모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기로 함으로써 사업이 가능해졌다. 고도제한 완화와 용적률 상향 조정 등을 통해 사업수익성을 높인 것이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개발 계획 발표 직후 “서울역 쪽방촌에 무려 1250채의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주택정책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며 “정부는 앞으로 이곳뿐만 아니라 전국 다른 곳에서도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주거 환경 개선과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서울 ‘5대 쪽방촌’에서 명품주거단지 되기까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LH주택공사에서 국토부 주관 서울역 쪽방촌 정비방안 계획발표에 참석해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이날 발표에는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 성장현 용산구청장,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직무대행,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등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2021.2.5/뉴스1


동자동 쪽방촌은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영등포구 영등포역 쪽방촌 △중구 남대문로 5가(옛 양동) 쪽방촌 등과 함께 ‘서울 5대 쪽방촌’으로 불렸다. 특히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남대문로 5가 쪽방촌과는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묶여서 ‘서울역 쪽방촌’으로 통했다.

서울역 쪽방촌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서울역 앞에 거대한 판자촌과 집창촌, 여인숙 등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0년대 전국에서 상경한 도시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집주인들이 집을 쪼개고 쪼개 임대를 놓으면서 ‘쪽방촌’이 형성됐다.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사람들은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이들은 주로 날품팔이나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야만 했다. 그런데 서울역과 남대문시장이 가까워 그런 일자리들을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웠다. 당시 시골에서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처녀들을 유인해 성폭행 후 강제로 윤락여성을 만들어버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 나라를 대표하는 주요 관문인 서울역 앞에 집창촌을 둬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커지자 1960년대 중반 이후 집창촌에 대한 단속이 꾸준히 이어졌다. 여기에 1968년 남산식물원과 1970년 어린이회관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집창촌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남대문에서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탓에 일반인들에게 쉽게 노출되면서 사회문제로 불거진 것이다.

결국 집창촌 종사자들은 단속을 피해 청량리, 천호동, 미아리 등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던 건물과 시설에 빈민층이 들어가 살면서 쪽방촌은 유지된다. 1970년대 이후 꾸준히 도시재정비 사업이 추진되면서 쪽방촌 규모는 줄어들었다. 현재 남대문로 5가는 민간 재개발을 통해 초대형 빌딩촌으로 바뀌는 중이다. 이번에 동자동이 이번에 개발하기로 하면서 서울역앞 쪽방촌은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한편 이번 동자동 쪽방촌 개발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서울 5대 쪽방촌의 현대화 작업은 속도를 더하게 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영등포구 쪽방촌은 지난해 동자동 쪽방촌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개발하는 계획이 확정됐고, 남대문로 5가는 현재 민간이 주도하는 도시정비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돈의동 쪽방촌은 2019년 도시재생사업(새뜰마을사업)을 통해 정비가 완료된 상태. 다만 창신동 쪽방촌은 민간 주도로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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